“우리들에겐 국경의 장벽도, 마음속의 장애도 없었습니다.”
21일 오후 광주 동구 서석동 광주정보센터 1층 KT 갤러리. 14일부터 시작된 ‘한국·몽골·러시아 농아작가 교류전’이 막을 내리는 이날 참가 3개국의 청각장애인들은 수화(手話)로 얘기를 나누며 전시회의 마지막을 아쉬워했다.
이번 전시회는 여러 나라에서 활동 중인 농아 화가들이 한자리에 모였다는 점에서 관심을 모았다. 교류전 개막행사에는 200여명이 참석해 성황을 이뤘고 전시회 내내 장애인단체 회원뿐 아니라 지역예술인, 시민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러시아 공공장애센터 회장이자 전업화가인 나탈리 소포노바씨(53·여)는 “장애인들에 편견을 갖지 않고 대해 준 한국인들에 고마움을 표한다”고 말했다.
교류전 기획자이며 국제농아인 미술협회 김봉진 회장(41·광주 남구 백운동)은 “장애인과 비장애인들이 그림을 통해 공감대를 이루고 장애인들간 국경의 장벽도 허물기 위해 전시회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김 회장이 다른 나라 장애인들과 가진 교류전은 이번이 3번째. 2000년 12월에는 일본의 농아작가들과, 지난해 5월에는 중국 작가들을 초청해 전시회를 열었다. 3번의 국제 교류전은 장애를 극복하려는 김 회장의 집념과 노력 때문에 가능했다.
91년 ‘호남 농아미술인회’를 창립한 김 회장은 3년 전 ‘국제 농아인 미술협회’를 만들었다. 교류사업을 추진하던 김 회장에게는 난관도 많았다. 그는 대화수단인 ‘수화’가 각 나라마다 달라 힘들게 책을 구해 독학으로 이를 익혔으며 이런 불굴의 의지 때문에 이번 전시회를 성사시킬 수 있었던 것.
김 회장의 친구이자 ‘수화 통역’을 맡고 있는 한국실로암선교회 김용목 목사(41)는 “김 회장은 정수기를 판매하고 청각 장애인인 부인은 공공근로를 하면서 외국에 나갈 경비를 어렵게 마련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 회장은 “청각 장애인 가운데 유난히 화가가 많은 것은 듣지도 말할 수도 없는 ‘장애’를 눈과 손을 통해 극복하려고 하기 때문”이라며 “장애인들에게 사회가 따뜻한 애정과 관심을 보여 달라”고 당부했다.
광주=정승호기자 shj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