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의 두 거인 중국과 인도가 오랜 갈등관계를 씻어내고 화해의 손을 잡았다.
인도 총리로서는 10년 만에 중국을 방문한 아탈 비하리 바지파이 총리와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는 23일 베이징(北京) 인민대회당에서 회담을 갖고 ‘중-인 관계 원칙 및 전면협력선언’과 경제, 과학ㆍ기술, 문화 분야 등 9개 협력 문서에 서명했다.
바지파이 총리는 24일에는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과 장쩌민(江澤民) 중앙군사위 주석 등 중국 지도자들을 만나 양국간 화해 협력과 공동 관심사를 논의했다.
양국은 특히 이번 총리회담에서 서로 국경을 맞대고 있는 티베트(西藏) 문제에 대한 중대한 돌파구를 마련했다. 중국 외교부 관리는 “양국 총리가 서명한 중인 협력 선언에는 인도가 처음으로 티베트를 중국 영토로 간주한다는 내용이 들어 있다”고 밝혔다.
양국은 영토 분쟁으로 1959년과 1962년 두 차례 전쟁까지 치렀으며 15차례의 국경선 획정 회담을 가졌으나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했다. 특히 인도는 1959년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인 달라이 라마에게 북부 다람살라 지역에 망명정부를 구성하는 것을 허용하는 등 중국의 티베트 무력 강점을 비난해왔다.
양국이 이처럼 새로운 협력관계를 선언하고 나선 것은 상호 전략적 필요성 때문이다. 중국은 미국이 ‘중국 위협론’을 제기하며 중동∼중앙아시아∼인도∼동남아를 거쳐 일본에 이르는 거대한 포위망을 구축하려는 것에 안보 위협을 느껴왔다.
인도로서도 양국 관계를 개선해 국방비를 줄임으로써 경제 개발을 가속화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그러나 양국이 단기간에 해묵은 앙금을 씻어내기는 어렵다는 분석도 있다. 국경선 획정 문제가 쉽지 않은 데다 중국의 우방이면서 인도와는 영토분쟁을 벌이고 있는 파키스탄 문제가 걸려 있기 때문이다.
원자바오 총리는 인-파 문제에 대해 양국간 갈등이 완화되길 바란다고 말했으나 바지파이 총리는 즉답을 피했다.
인도 군부의 중국에 대한 깊은 불신도 양국 관계 개선의 걸림돌이다. 인도 고위 군사지도자들은 그동안 “중국이 우리와의 우호 친선을 강조하고 있지만 이를 신뢰할 수 없다”면서 “급속한 경제발전을 이루고 있는 중국은 10년 후 인도의 최대 안보 위협이 될 것”이라고 공언해왔다.
인도는 중국의 주요 전략목표들을 타격할 수 있는 사거리 3500∼4500km의 핵무기 탑재 ‘아그니-3’ 미사일을 올해 안에 개발해 배치한다는 계획도 갖고 있다.
베이징=황유성특파원 yshw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