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우외환(內憂外患).’
2003년 6월 국내 자동차업계를 둘러싼 우울한 풍경이다. 올 들어 공격적인 판촉 마케팅에도 불구하고 자동차 내수 부진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자동차 노조가 민주노총의 ‘하투(夏鬪)’에 선봉대 역할을 하면서 생산차질마저 겹치고 있기 때문이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자동차업체들의 이달 들어 20일까지의 내수 판매량은 4만7008대로 전달 같은 기간(4만7616대)보다 1.3% 줄었다.
올 들어 자동차 내수판매는 1월 12만5608대, 2월 11만9311대로 하락세를 보이다 3월 들어 13만969개로 ‘반짝 회복세’를 보였으나 4월 12만9709대, 5월 11만9509대로 다시 하락세로 반전됐다. 특히 5월 판매대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6% 감소한 수치.
이 와중에 25일 민노총의 ‘4시간 부분파업’에는 현대자동차, 기아자동차 화성공장, 쌍용자동차 등 자동차 3사 노조가 나란히 참여했다. 파업에 참여한 3사 노조원을 모두 합치면 5만2000여명으로 이날 민노총 파업에 참가한 전체 노조원의 절반에 해당한다. 지난해 제너럴모터스(GM)에 매각된 GM대우 노조는 민노총 소속이지만 파업에 불참했다.
현대차는 20일 잔업 거부와 21일 특근 거부로 4500여대, 600억원어치의 생산차질이 발생한 데 이어 25일 부분파업으로 2700여대, 370억원어치의 추가 생산차질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기아차도 이날 화성공장의 부분파업으로 850여대, 120억원어치의 생산차질이 발생했다. 쌍용차는 160대, 32억원의 차질이 났을 것으로 보고 있다. 3사의 생산차질 액수는 모두 1122억원에 이른다.
이 같은 생산차질은 자동차 수출에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 현대차의 한 관계자는 “그동안 내수침체를 수출로 버텨오고 있는데 파업이 본격화되면 대외신인도 저하는 물론 당장 수출물량이 모자란다”고 말했다. 내수용 차량은 재고가 있지만 수출용과는 사양이 달라 수출에 차질이 빚어진다는 것.
현대차와 기아차의 경우 내수 부진으로 국내판매용 차량 재고가 각각 30일과 20일분이 쌓여 있지만 적정재고가 15일분이기 때문에 파업이 장기화되면 내수에도 영향을 미친다.
공종식기자 k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