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3일 하나로통신의 이사회를 지켜보라. 국내 통신시장의 구도가 크게 바뀔 수 있다.
이날 이사회에서는 하나로통신이 그동안 추진해온 4억5000만달러(약 5400억원) 외자유치에 대한 승인여부가 결정된다. 이는 외환위기 이후 최대 규모의 외자유치.
하나로통신이 AIG와 뉴브리지가 참여하는 컨소시엄으로부터 외자유치에 성공해 자력회생하면 KT, SK텔레콤, LG그룹의 통신 3강 구도는 외국인회사로 탈바꿈한 하나로통신의 도전을 받게 된다. 반면 외자 유치에 실패하면 기존의 3강 구도가 더욱 견고해질 것으로 보인다.
하나로통신은 24일 이사회에서 이 안건을 처리하려 했다. 그러나 지분 13%로 최대주주인 LG그룹의 반대를 의식해 승인이 유보됐다. 이사회는 내달 3일 다시 열리며 이날 외자유치 안건에 대한 최종결정을 내릴 전망.
하나로통신은 24일 기명식 보통주 1억7859만주를 주당 3000원에 AIG컨소시엄에 배정하겠다고 이사회에 보고했다. LG측은 이에 대해 “지분 39%와 경영권을 넘기는 대가로는 너무 싸다”며 가격재협상을 요구했다. 반대 명분은 ‘헐값 국부유출’. 그러나 LG의 속셈은 통신시장 지배력의 유지강화라는 것이 업계의 일반적인 관측이다.
현재 LG그룹은 초고속인터넷 2위인 하나로통신을 통신계열사인 데이콤 및 지난해 인수한 파워콤에 연계해 3강 구도를 정착시킬 계산을 하고 있다. 정홍식(鄭弘植) 전 정보통신부 차관이 내달 1일 ㈜LG의 통신부문 총괄 사장에 취임하자마자 기존 통신계열사와 하나로통신을 연계한 사업계획안을 내놓을 계획.
하나로통신 두원수 이사는 “현재 주식의 주당 내재가치는 2250원이며 여기에 경영권 프리미엄을 더한 게 3000원이기 때문에 헐값으로 보기 힘들다”면서도 “LG그룹의 반대를 무마하기 위해 AIG컨소시엄과 적극적으로 재협상해 최대한 높은 값을 약속받겠다”고 말했다.
3일 이사회가 누구의 손을 들어줄지, 그 결과 통신시장 경쟁구도가 어떻게 바뀔지 현재로서는 점치기 힘든 상황이다.
나성엽기자 cp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