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10개 기업 가운데 8곳은 국내 경기가 올 하반기에도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경영 여건이 악화돼 성장보다는 안정 위주의 경영 전략을 펼칠 것으로 조사됐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이달 초 국내 230개 기업을 대상으로 ‘하반기 경영 여건 및 대응 전략’을 설문 조사한 뒤 “하반기 한국경제에 대해 국내 기업의 47.8%는 하락세, 33.9%는 저점에서 옆걸음질 칠 것으로 전망했다”고 25일 발표했다. 완만하거나 급격한 회복세를 보일 것이란 응답은 15.6%에 그쳤다.
이에 따라 하반기 기업들의 경영 여건도 대체로 나빠질 것으로 내다봤다. 작년 동기와 ‘비슷하다’(39.6%) 또는 ‘악화된다’(46.5%)는 응답이 86.1%인 반면 좋아질 것이란 응답은 13.9%에 불과했다. 실제 하반기 매출이 전년 동기보다 줄어들 것(38.3%)이란 전망이 늘어날 것(23.4%)이란 전망을 웃돌았으며 나머지 38.3%는 작년과 비슷할 것으로 기대했다.
경영전략을 세울 때도 성장(32.2%)보다는 내실 위주의 안정성(60.0%)에 주력하겠다는 소극적 입장을 보였다. 설비투자를 줄인다는 기업수(27.0%)가 늘린다는 기업(15.6%)을 앞선 것도 같은 맥락. 연구개발(R&D)과 신규채용에서도 작년 하반기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겠다는 응답이 각각 53.0%와 44.8%로 다수였다.
하반기 경영에 영향을 미칠 최대 변수로는 선진경제의 회복 여부(37.2%)를 우선적으로 주목했으며 △정부의 경제정책 일관성(17.8%) △북핵사태 지속 여부(11.6%) △사스 여파(10.0%)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어려움이 예상되는 분야로는 소비심리가 얼어붙은 데 따른 판매 분야의 위축(56.1%)이 압도적이었다. 중소기업(24.8%)은 대기업(5.7%)에 비해 자금 조달에 큰 어려움을 겪었다.
경영전략을 세울 때 가장 중요한 지표로는 당기순이익(43.9%)을 우선적으로 꼽았으며 다음은 매출액(34.8%) 현금자산보유(8.7%) 등이었다.
대한상의는 “하반기에도 경영환경의 불확실성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돼 투자보다는 수익성 위주의 안정적 성장에 초점을 맞추려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나연기자 laros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