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金大中) 정부가 2000년 6월 남북정상회담 직전 북한에 보낸 5억달러(현물 포함) 중 1억달러는 정부가 부담키로 한 것이며, 남북정상회담의 대가였던 것으로 25일 드러났다.
또 현대가 송금한 4억달러도 명목상 대북 경제협력사업권 획득을 위한 자금으로 되어 있으나 실제로는 남북정상회담의 대가적 성격을 지니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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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17일부터 70일간 ‘대북 송금 의혹 사건’을 수사해온 송두환(宋斗煥) 특별검사팀은 이날 수사를 종료하면서 결과 발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특검팀에 따르면 김대중 정부와 현대그룹은 2000년 4월 8일 북한과 남북정상회담 개최에 최종 합의하면서 정부와 현대가 각각 1억달러, 4억달러를 북한에 지급하기로 약속했다.
현대는 송금과정에서 4억달러 중 5000만달러를 평양체육관 건립 등 현물지원으로 대체키로 북한과 합의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부는 당초 분담키로 한 1억달러를 조달하는 것이 여의치 않자 이를 현대측에 떠넘긴 것으로 드러났다.
특검팀은 돈의 성격과 관련해 “현대그룹이 지급키로 한 4억달러는 대북사업에 대한 선(先) 투자적 성격을 갖고 있고, 정부가 지급키로 한 1억달러는 정책적 차원의 지원금이지만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 아래 전액이 정상회담 전에 비밀리에 송금된 점을 감안할 때 정상회담과의 연관성을 부인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는 사실상 대북 송금의 성격을 정상회담 대가로 규정한 것이다.
특검팀은 특히 정부가 북한에 주기로 한 1억달러는 “아무런 명목이 없었다”고 밝혀 순수하게 정상회담을 위한 ‘성사금(成事金)’이었음을 강조했다.
특검팀은 그러나 대북 송금이 지연돼 남북정상회담이 늦춰진 것 아니냐는 의혹에 대해 “(송금 전인) 2000년 5월 27일과 6월 3일 임동원(林東源) 전 국가정보원장이 방북했을 때 북한측이 경호상의 이유로 일정을 앞당기거나 연기하는 방안을 제시했다”며 관련성을 부인했다.
특검팀은 이날 남북정상회담 예비접촉 과정에서 북한에 5억달러를 지급키로 약정하고 산업은행 등에 압력을 넣어 현대 계열사에 대한 여신지원을 도와준 박지원(朴智元) 전 문화관광부 장관에 대해 직권남용 및 남북교류협력법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특검팀은 그러나 박 전 장관이 현대측으로부터 150억원의 비자금을 받은 혐의는 공소장에 포함하지 않았다.
특검팀은 이와 함께 정몽헌(鄭夢憲) 현대아산이사회 회장이 대북송금 사실을 감추기 위해 자동차운반선 등 선박 3척을 구입한 것처럼 분식회계한 사실을 밝혀내고 정 회장을 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위반 및 남북교류협력법 위반 등의 혐의로 불구속기소했다.
특검팀은 불법 송금을 도와준 것으로 드러난 임 전 국정원장을 구(舊) 외국환거래법위반 및 남북교류협력법 위반 등 혐의로 불구속기소했다. 이로써 이 사건 관련 기소자는 이미 기소된 이기호(李起浩) 전 대통령경제수석비서관, 이근영(李瑾榮) 전 산업은행 총재, 박상배(朴相培) 전 산은 영업1본부장, 최규백(崔奎伯) 전 국가정보원 기획조정실장, 김윤규(金潤圭) 현대아산 사장을 포함해 8명으로 늘어났다.
특검팀은 “김 전 대통령이 박 전 장관과 임 전 국정원장, 이 전 경제수석 등으로부터 대북 송금 사실을 보고받았다는 것을 확인했지만 위법행위에 개입했다는 정황을 포착하지 못해 김 전 대통령을 조사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한편 서울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상균·金庠均)는 다음달 4일 오후 3시 ‘대북 송금 의혹 사건’의 첫 재판을 열 예정이다.
하종대기자 orionha@donga.com
길진균기자 l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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