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국문학회 창립 51년 만에 최초의 여성 회장이 탄생했다. 최근 임원회의 선거에서 이화여대 이혜순(李慧淳·61·고전문학·사진) 교수가 신임회장으로 선출된 것이다. 국어국문학회는 회원수가 약 1600명으로 이 분야 최대의 학회다. 국문학회 역사학회 한국철학회 등 보수성향을 지닌 국내 문(文)·사(史)·철(哲) 분야의 대표 학회에서 여성회장이 선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서울대 출신으로 이화여대에서 30년이나 재직해 왔다는 점 때문에 학계에서 여러 모로 배려해 준 것 같습니다. 또한 학계에서 활동하고 있는 제자들이 많은 덕에 저까지 좋게 평가된 듯합니다.”
자신의 능력보다는 여성학자에 대한 배려와 제자들의 덕으로 그 공을 돌리는 이 교수는 이미 한국고전문학회 및 한국한문학회에서도 최초의 여성회장을 역임했다.
“여성학자들이 많은 국어국문학계에서 이제야 처음 여성회장이 나왔다는 데 대해 적지 않은 사람이 의아해 하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국어국문학계가 보수적이라고 해도 성실히 공부하는 여성학자들을 인정하는 데 그렇게 인색하진 않습니다.”
이 교수는 일제강점기 선구적 여기자였던 추계 최은희(秋溪 崔恩喜) 여사의 막내딸. 서울대 국문과를 나와 미국 일리노이대에서 석사학위를 받고, 국립 대만사범대에서 소설 수호전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은 후 1973년부터 이화여대에서 한문학을 가르쳐왔다.
김형찬기자 kh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