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전 평균나이 29.3세. 노장들이 많은 프로축구팀 성남 일화가 ‘여름 나기’에 걱정이 태산이다. 팀의 정신적 지주 신태용이 서른셋(실제론 한살 더 많다). 최전방 스트라이커 김도훈 서른셋, 박충균 서른, 김대의 이기형 스물아홉.
6월 들어 눈에 띄게 ‘뒷심 부족’에 허덕이는 경기가 많다. 최근 홈그라운드 이점이 있다는 홈에서만 1승3무2패. 이기고 있다 무승부를 기록하거나 패한 게 두 번이나 될 정도.
여기에 성남은 다른 팀들이 꿀맛 같은 여름휴가(7.13∼7.25)를 즐기고 있을 동안 외국 프로팀들과 맞붙는 2003피스컵코리아(7.15∼7.22)에도 참가해야 한다. 결승까지 올라갈 경우엔 불과 사흘을 쉰 뒤 7월 26일부터 재개되는 K리그 경기를 치러야 한다. 그렇다고 예비전력이 풍부한 것도 아니다. 러시아 용병 데니스와 박남열 등은 부상으로 아예 엔트리에도 들지 못하고 있다.
체력이 뒷받침되지 못하면 자연히 팀의 밸런스가 깨져 조직력이 쉽게 무너진다. 요즘 박충균-김현수-싸빅-이기형으로 이어지는 포백 수비라인 뒷공간이 상대의 빠른 공격수들에게 곧잘 뚫리는 것이 그 예다. 겉으로 보기엔 박충균과 이기형이 움베르토 쿠엘류 감독의 부름을 받을 정도로 프로 최강의 진용. 그러나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호흡을 맞춰야 하는 이들이 잦은 실수를 저지르는 것은 체력 저하에 따른 집중력 부족과 관련이 깊다. 물론 새로 이적해 온 싸빅과 이기형이 아직 군에 입대한 수비의 핵 김영철과 김상식만큼 찰떡 호흡을 보여주지 못하는 탓도 있지만 전문가들은 그보다는 체력이 더 큰 요인이라고 지적한다.
차경복 감독(64)은 “솔직히 선두는 달리고 있지만 걱정스러운 게 사실이다. 그러나 노련한 선수들이 많은 만큼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차 감독의 속이 편할 리 없다. 무더운 여름은 찾아오고 넘어야 할 산은 많고. ‘한국의 레알 마드리드’라 불릴 정도로 최강의 멤버를 보유하고 있지만 선수들의 나이만은 어쩔 수 없다. “대학팀을 맡을 때가 좋았어요.” ‘프로축구 최고령 감독’ 차 감독의 말이 가슴에 와 닿는다.
양종구기자 yjong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