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만명의 북한 주민들이 무자비한 김정일 정권을 피해서 중국으로 탈출하고 있습니다. 이들이 원하는 것은 자유와 생존을 위한 식량입니다. 미국은 인간적인 삶은 고사하고 목숨을 이어가는 것조차 힘든 탈북자들을 돕기 위해 적극 나서야 합니다.”
탈북자들이 미국에 난민 지위나 망명을 신청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법안을 25일 미 상 하원 관련 소위원회에 제출한 샘 브라운백 상원의원(공화·캔자스·사진)은 미국의 역할을 이렇게 강조했다.
상원 외교위원회 위원이며 동아시아 남태평양문제소위 위원장인 브라운백 의원은 “공화 민주 양당 의원들이 지지하는 이 법안은 미국이 북한 난민들을 받아들이겠다는 것을 분명히 하기 위해 만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지난해 10월에도 비슷한 법안을 의회에 제출했으나 통과시키지 못하자 이날 새로운 법안을 다시 제출한 것이다.
이 법안은 탈북자들의 미국 망명 허용과 관련해 걸림돌이 되고 있는 법적 문제를 해결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탈북자들은 대한민국 헌법상 한국 국민으로 인정돼 미국은 이들에게 난민 지위나 망명을 허용할 수 없다.
그는 “새 법안은 탈북자들에게 난민 지위나 미국 망명 자격을 인정해 주기 위해 한국 국민으로 인정되지 않도록 하자는 것”이라면서 “이에 대해 한국측 관계자도 특별히 우려를 표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또 “한국 내에서도 대규모 탈북사태가 일어날 경우 어떻게 감당할 것인지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브라운백 의원은 “북한 주민들이 겪고 있는 참상은 수십년간 계속돼 온 것이고, 북한 정권이 마음을 바꾸지 않는 한 나아질 가능성이 전혀 없는 만큼 전 세계가 더 이상 모른 체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앞으로의 활동과 관련해 그는 “법안이 의회에서 통과될 때까지 최선을 다할 것이며 미 의회뿐만 아니라 행정부와 유엔난민고등판무관실(UNHCR), 그리고 전 세계와 함께 계속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워싱턴=권순택특파원 maypol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