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눔들, 얼릉 악수 안해"
제 57회 황금사자기 고교야구대회 첫날 화순고와 인천고의 경기도중 프로경기에서는 볼 수 없는 장면이 연출돼 경기장을 찾은 관중들에게 고교야구의 진정한 멋을 선보였다.
상황은 인천고의 8회말 공격. 2루에 있던 주자가 3루 도루에 성공하자 화순고 3루수와 주자 사이에 실랑이가 벌어졌다.
3루쪽 응원단에서 화순고 선수를 심하게 약을 올리자, 3루수가 거기에 흥분해 관중석에 화를 낸 것.
때마침 도루에 성공한 인천고 3루 주자는 자신에게 화를 내는 것으로 착각하고 수비수에게 곧장 덤빌 태세였다.
사정이 이쯤되자, 3루심을 맡은 심태석(48)씨는 "둘다 퇴장시킬테니 빨리 악수하고 화해해라"라며 무섭게 호통을 쳤고, 두 선수는 어색하게 손을 내밀며 악수를 했다. 관중들은 모두 웃으며 박수를 쳤다.
심씨는 "늘 고교선수들에게 귀머거리가 되라고 충고한다"면서 "프로선수가 되서도 이런일이 비일비재한데 승부에 집착하지 말고 먼저 매너를 배우라고 한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고교야구에서는 스포츠 정신과 더불어 '예의'가 무척 강조된다. 타석에 들어서는 선수는 심판에게 헬멧을 벗어 목례를 하고, 투수도 첫번째 투구에 앞서 인사를 한다.
몸에 맞는 공으로 주자를 내보낸 투수는 1루쪽을 걸어가 모자를 벗고 상대선수에게 미안함을 표하기도 한다.
한편 이날 마지막 경기를 마친 인천고 선수들은 3루쪽 덕아웃을 말끔히 치웠다.
이해홍 인천고 코치는 "누가 시키지도 않지만, 선수들의 몸에 밴 자율적인 모습"이라며 "경기장 청소하는 분들도 편하잖아요"라며 선수들과 함께 빈깡통이며 플라스틱병들을 손수 집어들었다.
최건일 동아닷컴기자 gaegoo9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