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대한 비용이 드는 에이즈 백신 개발을 일개 제약사에 맡겨두지 말자.”
지구촌의 굵직한 단체들이 인류적 재앙인 에이즈 백신 개발을 위해 범세계적인 기업을 설립하는 데 시동을 걸었다.
세계 최고의 갑부인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회장(사진) 부부의 명의로 된 게이츠재단을 비롯해 세계보건기구(WHO), 미 질병예방통제센터, 유엔 에이즈 분과위원회, 미 국립보건원 고위 간부 및 노벨상 수상자 2명 등은 이 같은 기업 설립을 촉구하는 성명을 27일 발표했다고 월스트리트 저널이 전했다.
이들은 이날 현대의 흑사병인 에이즈 백신 개발에 최첨단 과학이 동원되고 있지만 지난 20년간 어떤 제약사도 성공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제약사들은 수억달러의 개발 자금이 필요하지만 실패할 위험이 너무 크다는 게 최대 문제. 또 성공하더라도 에이즈가 창궐하는 개발도상국 시장의 불투명성 때문에 개발비를 회수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2001, 2002년 모두 7종의 에이즈 백신이 개발돼 임상시험에 들어갔지만 미국 백스젠사의 백신(gp120)만이 3단계 시험까지 나아갔을 뿐이다.
그러나 이번 성명에 동참한 게이츠재단이 개발비의 상당액을 부담하면 새로운 전기가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고 월스트리트 저널은 전했다. 자산 규모 240억달러로 세계 최대의 사설재단인 게이츠재단은 앞으로 수개월 내 에이즈 백신 개발 예산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이번 성명 발표자들과 회의를 가질 예정이다.
미국 백신연구센터의 게리 네이블 이사는 “이 같은 계획은 다국적 프로젝트였던 휴먼게놈 프로젝트와 비슷한 성격”이라며 “그러나 완성된 백신을 공급까지 하게 되면 휴먼게놈프로젝트보다 더 발전한 것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WHO에 따르면 전 세계 에이즈 환자는 4200여만명이며 여기에는 지난해 새로 감염된 500만명이 포함돼 있다. 전문가들은 백신이 개발되지 않으면 2020년까지 전 세계 7000만명이 숨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권기태기자 kk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