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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新베스트닥터의 건강학]안과 질환…서울대 이진학교수

입력 | 2003-06-29 17:30:00

이진학 교수는 시각장애인에게 완전한 형태의 인공각막을 선사하기 위해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김미옥기자 salt@donga.com


1999년 앞을 볼 수 없었던 김모씨(60·서울 종로구 계동)에게 기적이 일어났다.

그는 82년 특이체질인줄 모르고 감기약을 먹어 부작용으로 시력을 잃고 18년 동안 암흑을 헤매다 99년 서울대병원 안과 이진학 교수(58)로부터 인공 각막을 넣는 수술을 받고 시력을 되찾았던 것이다.

김씨는 수술 후 붕대를 풀면서 그동안 고생한 아내의 주름진 얼굴을 보곤 눈물이 핑 도는 느낌을 참을 수가 없었다. 그는 지난해 여름 환갑을 맞아 가족투병기를 책으로 펴내면서 은인과도 같은 이 교수를 찾아 추천사를 부탁했다. 이 교수는 “20년 가까이 희망을 잃지 않았던 김씨 가족이 오히려 내게 힘이 됐다”고 말한다.

이 교수는 이처럼 자신을 내세우는 법이 없이 묵묵히 자신의 길을 가는 사람이다.

의대의 제자들은 그를 ‘천사(天使) 교수’라고 부르지만 주위에서 그를 지켜보는 사람들은 그가 아주 강하다고 말한다. 내유외강(內柔外剛), 청교도(淸敎徒) 정신의 표본이라는 것이다.

독실한 기독교인인 이 교수는 술 담배는 입에 대지 않고 골프조차 치지 않는 절제되고 검소한 생활로 오로지 연구와 환자 진료에 매달리고 있다.

이 교수는 한국과학기술원(KIST)의 김영하 박사가 개발한 소재로 인공각막을 개발하고 있다. 인공각막은 아직 개발 완료 단계가 아니지만 지금까지 나온 것 중 세계 최고 수준이며 이 교수는 이에 대한 논문으로 1999년 미국백내장굴절수술학회에서 최우수상을 받았다.

그는 또 서울대 농업생명과학대 조종수 교수가 개발한 신소재로 눈 안에서 신축력을 갖는 인공수정체를 개발하고 있으며 이에 대한 미국 특허를 받았다.

올 초에는 컴퓨터를 이용해 색각을 구별하는 프로그램과 자동시력 검사 시스템의 특허를 각각 받았다.

이 교수는 심각한 근시 환자에게 백내장 수술법을 응용해 치료하는 방법과 특별한 백내장 환자에게 인공수정체를 특수한 방법으로 넣는 수술법도 개발해 각각 200여명에게 시술했다. 지금까지 국내외 학술지에 200여편의 논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 교수의 이런 성과들은 그가 병원보 편집인, 사회사업실장 등을 거쳐 2001년 11월부터 임상의학연구소 소장을 맡는 등 ‘누군가 해야 할 일’이라면 마다하지 않으면서 이룬 것이기에 더 값지다고 주위에서는 평한다.

―이 교수의 환자 중 대부분은 백내장 환자로 알고 있다. 백내장은 하루 빨리 수술해야 한다던데….

“그렇지 않다. 백내장은 눈 속 수정체가 흐려져 시력이 떨어지는 병인데 환자 중에서는 당장 수술 받지 않으면 실명하지 않나 걱정하는 경우가 많지만 상당수는 기우이다. 나에게 수술 받은 환자 7000여명 중 10명은 이전보다 더 나빠졌다. 수술은 언제나 신중히 결정해야 한다. 시력이 0.3∼0.5면 환자의 생활에 얼마나 지장이 있는지를 고려해 필요하면 수술하고 0.5 이상이면 생활에 지장이 없을 경우 굳이 수술을 서두를 필요가 없다. 0.2 이하일 경우에는 의사의 판단에 따라 수술받도록 한다.”

―백내장을 예방하는 방법은 없나.

“아직 백내장이 생기는 정확한 과정이 밝혀지지 않아 확실한 예방법은 없지만 몇 가지는 예방에 도움이 될 듯하다. 우선 햇빛이 백내장과 관계있다는 연구결과가 많으므로 야외에서 선글라스를 끼는 것을 생활화하는 것이 좋다. 스테로이드 제제도 백내장의 원인이 되므로 피치 못해 이 약을 장기 복용해야 할 경우는 매년 시력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 무엇보다 주위의 모든 사물이 시력검사표이며 특히 TV가 유용한 도구란 사실을 명심하고 수시로 한쪽 눈을 가리고 시력을 점검하는 것이 좋다. 특히 백내장 중에는 한쪽 눈만 시력이 급격히 떨어지는 경우 이런 방법으로 자가진단하면 조기치료를 받는데 도움이 된다.”

―일반인들이 눈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는 어떤 점에 유의해야 하는가.

“눈 건강에 눈물이 엄청나게 중요하다. 안구 앞부분을 뽀득뽀득 씻거나 세숫대야에 눈을 넣고 깜빡이는 사람이 많은데 절대 피할 것을 권한다. 눈물 속에는 온갖 면역물질이 들어있는데 이것이 씻겨나가면 좋지 않다. 눈을 씻을 때에는 눈곱 정도만 살짝 씻는 것이 적당하다. 40대 이후에는 눈물 양이 적어지는 건성안이 생기기 쉬운데 이때 인공눈물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임시방편일 뿐이다. 실내 가습기를 틀고 자주 환기해서 주위 환경을 습하게 유지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다. 또 컴퓨터 화면이나 책을 오래 보는 사람은 일부러라도 눈을 자주 깜빡거리는 것이 좋다. 40∼50분마다 눈을 감고 쉬어야 하는데 이때 눈물이 눈 안에서 골고루 퍼지게 된다.”―요즘 부작용을 획기적으로 줄였다는 라식 수술법이 잇따라 등장하고 있는데…. “어떤 수술이라도 100% 완전한 수술은 없다. 환자에 따라 다양한 접근이 필요하다. 예를 들면 10디옵터 이상의 고도 근시라면 콘텍트 렌즈 삽입술을 권하고 싶다. 이 수술은 합병증으로 백내장이 생길 수 있지만 이 경우 도수에 맞는 인공수정체를 넣으면 된다. 의사를 잘 선택하는 것도 중요하다. 경품, 할인 등을 광고하는 의사에게는 가지 않는 것이 좋다. ‘라식 수술을 하면 부모의 백내장 수술을 공짜로 해 준다’는 선전을 보고는 같은 의사로서 씁쓸했다. 실력이 있고 친절하면 소문이 나게 마련이다. 라식 수술을 받고 싶다면 주위의 안과 의사에게 묻는 것이 가장 좋다.”이 교수는 의사 선택 문제가 나오자 환자에 대한 당부로 말이 이어졌다. “환자나 보호자는 지푸라기 잡는 심정으로 무엇을 해서는 안 됩니다. 지푸라기를 잡으면 결국 빠지기 마련이죠. 병원에서는 VIP 대우를 받을 생각은 안 하는 것이 좋습니다. 환자가 검사 절차를 생략하면 결국 자신에게 손해이며 의사가 과도하게 신경 쓰면 될 치료도 안 되는 ‘VIP 증후군’이 생길 수도 있어요. 환자의 영어 ‘patient'에는 ’인내하다‘는 뜻도 있지요. 마지막으로 환자는 의사를 신중하게 골라야 하지만 일단 선택하고 난 뒤에 치료법은 의사가 고르도록 하는 것이 좋다는 것을 알리고 싶습니다.”

이성주기자 stein33@donga.com

▼안과 질환 명의 프로필▼

▽정흠(53)=80년대부터 6000여명의 망막질환자를 수술했으며 90년대 들어 수술 성공률 95%를 넘겼다. 망막박리 중 치료가 가장 까다로운 ‘증식 유리체 망막병증’을 미세 수술법으로 정밀하게 수술해 성공률을 획기적으로 높였다. 1995년 당뇨망막병증클리닉을 개설했다.

▽홍영재(57)=녹내장 부문의 권위자로 외래환자는 매주 200명, 연간 수술환자는 300명 이상이다. 매년 수십편의 논문을 발표하고 있으며 현재 녹내장의 근본치료를 위한 시신경보호 치료법 연구 등 약제 개발과 치료법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최근 토마토가 녹내장 예방에 좋다는 연구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안병헌(55)=녹내장 수술 분야의 권위자로 고난도 수술 실력은 정평이 나있다. 89년 녹내장 환자에게 시술하는 녹내장 임플란트를 국산화했다. 2001년 본보의 안과 부문 베스트닥터로 선정됐다. 안검, 첩모 등 어려운 의학용어를 눈꺼풀, 속눈썹과 같은 쉬운 말로 바꾸는 작업을 전개하고 있다.

▽김응권(48)=근시교정술에 의한 부작용이나 난치성 각막질환 환자들을 동료 의사들로부터 소개받아 치료하고 있다. 지난해 세계 최초로 아벨리노 각막 이양증을 가진 이들이 라식수술을 받을 경우 실명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밝혔다. 새로운 치료법과 기기에 대한 3건의 특허를 갖고 있다.

▽주천기(48)=1999년 과학기술부 지정 국가 연구실인 ‘시(視)과학 연구실’의 책임자로 백내장 치료 뒤 재발하는 ‘후발 백내장’의 억제법에 대해 주로 연구하고 있다. 2000년 후발 백내장을 억제하는 장치를 개발해 IR52 장영실상을 받았다. 유한의학상 대상, 광혜학술상, 범석학술재단 최우수논문상, 톱콘안과학술상 등을 받았다.

▽곽형우(50)=당뇨망막병증 환자에 대한 세밀하고 꼼꼼한 치료로 정평이 나있다. 국내 최초로 레이저와 컴퓨터를 이용한 최신장비인 SLO(망막·맥락막 비디오 혈관 조영기기)를 도입, 당뇨망막병증 환자와 노인성 황반질환을 진단하기 시작했다. 레이저 치료도 활발히 시행하고 있다.

▽이태수(57)=1982년 미국 UCLA 눈센터에서 눈성형 분야를 연수한 국내 최초의 눈성형 전공의다. 1983년 누도폐쇄 수술을 국내 최초로 시작해 91년까지 비루관 폐쇄에 대한 피부절개술을 1000례 시술했으며, 92년부터 레이저와 내시경을 이용한 비루관 폐쇄술을 900차례 시행해 성공률을 높였다.

▽이하범(58)=1988년 엑시머 레이저 근시교정법을 국내 최초로 도입해 지금까지 3000여명에게 시술했다. 최근에는 환자의 특징에 따른 맞춤 근시교정술을 시술하고 있다. 한국외안부연구회, 한국콘택트렌즈연구회 회장을 거쳐 한국안은행협의회 회장을 맡고 있다.

▽김만수(50)=1986년 국내 최초로 인공수정체를 개발했다. 1991년 엑시머 레이저를 이용한 굴절수술을 시행했고 1995년 백내장 수술에 필수적인 특정 물질의 국산화에 성공했다. 국내외 학술지에 각결막 질환 및 백내장 등에 대한 기초 및 임상 연구 논문 100여편을 발표했다.

▽윤영희(47)=수년 전의 환자 기록도 기억할 만큼 환자에 대한 애착이 강하다. 매년 500례 이상의 유리체 망막 수술을 집도한다. 2002년 '노인성 황반변성 발병기전 분석'이란 논문으로 국내 안과 분야 최고 권위의 ‘톱콘안과학술상’을 수상했다. 최근에는 ‘당뇨망막증의 원인’에 관한 실험 연구를 진행 중이다.

▽진경현(47)=1985년부터 안은행을 통해 각막이식술을 시행하고 있다. 안구건조증이나 알레르기 등 환자의 특징에 따른 적절한 약물치료, 군날개에 대한 판이식수술, 난치성 각막질환에 대한 양막이식에서도 권위를 인정받고 있다. 시력교정을 위한 라섹 수술, 초음파를 이용한 백내장 수술 등에도 많은 경험을 가지고 있다.

▽김윤덕(48)=86년부터 눈성형 환자만을 진료해온 이 분야 선구자 중 한 사람. ‘안와질환 클리닉’ ‘눈꺼풀 경련 클리닉’ 등을 운영하고 있다. 미국 마운트 시나이 병원, UCLA 병원 등에서 의사로 지내며 익힌 최신 수술법을 국내에 도입했다. 매년 ‘삼성안(眼)성형 심포지엄’을 개최해 다른 병의원 의사과 전공의들을 교육하고 있다.

▽권오웅(55)=안과분야에서 가장 어렵다는 망막수술의 마술사로 불린다.당뇨망막병증과 황반변성 안질환에서도 뛰어난 치료성과로 정평이 나있다. 불치병으로 알려진 정맥혈관폐쇄증 치료에 아시아 처음으로 혈전용해제 직접 주입 치료를 시행해 좋은 결과를 거뒀다. 한국인으로서는 유일하게 미국황반학회 정회원이다.

▽조윤애(55)=국내 최고의 사시 전문가로 사시질환 부분의 세계적인 쌍두마차인 팍스 박사와 얌폴스키 박사 밑에서 노하우를 전수받았다. 국내 최초로 수술시 특수절개로 흉터를 보이지 않게 했고 ‘수술후조정술’을 시행해 복잡한 사시를 한번에 교정하고 완치율을 높였다. 정성을 다하는 진료로 환자들의 만족도가 높아 예약 후 첫 진료를 받으려면 2년을 기다려야 한다.

▽이종복(54)=소아 안과 질환 전반에 걸쳐 권위를 인정받고 있다. 사시 치료의 경우 전신 마취가 아닌 눈 부분의 국소 마취로 수술을 하는 ‘점안 마취 수술 중 조정술’로 90% 이상의 완치율을 거두고 있다. 이 수술법은 고도의 기술과 집중력 및 임상경험이 있어야 한다.

▼어떻게 뽑았나▼

눈 질환 분야의 베스트 닥터로는 서울대병원 이진학 교수가 선정됐다.

이는 전국 18개 대학병원의 안과 교수 67명에게 △자신의 가족에게 눈 질환이 있을 때 진료를 부탁하고 싶고 △최근 3년 동안 진료 및 연구에서 뛰어난 활약을 보인 의사를 5명씩 추천받아 집계한 결과다.

이번 조사에서는 같은 병원의 정흠, 연세대 세브란스 홍영재, 성균관대 삼성서울병원 안병헌 교수가 이 교수에 버금가는 추천을 받았다. 많은 안과 의사들은 안과 분야가 매우 광범위하기 때문에 세분화해서 베스트 닥터를 뽑아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았지만 의사들의 전공 구분이 병원마다 달라 그렇게 하지 못했다.

한편 이번 조사에서는 다른 과와는 달리 전국의 수많은 의사들이 고른 추천을 받은 특징을 보였다.

안과 부문 전국의 명의들이름소속세부전공이진학서울대각막, 백내장정 흠서울대망막질환홍영재연세대 세브란스녹내장, 백내장안병헌성균관대 삼성서울녹내장, 백내장김응권연세대 세브란스각막, 시력교정김윤덕성균관대 삼성서울눈성형권오웅연세대 세브란스망막, 유리체주천기가톨릭대 강남성모백내장곽형우경희대망막, 포도막, 백내장이태수고려대 구로눈성형이하범한림대 강동성심각막, 백내장김만수가톨릭대 강남성모각막, 백내장, 시력교정윤영희울산대 서울아산망막, 유리체진경현경희대백내장, 시력교정, 소아안과조윤애고려대 안암사시이종복연세대 세브란스소아안과차흥원울산대 서울아산각막, 백내장최시환충남대각막, 시력교정김동명서울대녹내장김효명고려대 안암각막, 시력교정민병무대전 우리안과각막, 시력교정박인원한림대 성심(평촌)백내장, 망막, 눈종양위원량서울대각막, 백내장유호민아주대망막, 초자체, 백내장기창원성균관대 삼성서울녹내장, 백내장유영석서울대소아안과, 미숙아 망막질환박우찬동아대각막, 백내장송병주한양대시력교정, 백내장김용연고려대 구로녹내장황정민분당 서울대신경안과김창식충남대녹내장, 백내장최영인을지대 을지시력교정, 백내장, 각막질환김재찬중앙대 용산각막, 백내장김재호인제대 서울백각막, 백내장, 시력교정백남호가톨릭대 성모각막, 백내장장봉린서울대소아안과김형찬한림대 강남성심망막, 유리체김형준대구 가톨릭각막, 백내장신경환가천의대 길각막, 백내장최기용인천 한길백내장, 각막, 시력교정임승정서울 세란각막, 백내장서만성전남대망막질환이종수부산대백내장, 각막, 시력교정성공제연세대 영동세브란스녹내장김종우건양대 김안과망막질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