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구장 관중석에 ‘감독 퇴진’이라고 쓴 플래카드가 내걸린 가운데 28일 성남 일화와의 경기를 위해 벤치에 들어서는 최순호 포항 스틸러스 감독(오른쪽). 최 감독이 이끄는 포항은 이날 승리하면서 최근 4연승의 상승세를 구가했다. 포항=뉴시스
“이래도 내가 싫어?”
구단 서포터스의 퇴진 압력에 시달리고 있는 포항 스틸러스 최순호 감독이 4연승을 거두며 무언의 시위를 펼쳤다.
포항은 28일 포항구장에서 열린 프로축구 삼성 하우젠 2003K리그에서 선두 성남 일화를 2-0으로 완파했다. 6월18일 대구 FC전 이후 4연승에 4경기 연속 무실점의 고공행진. 하위권을 맴돌던 순위도 단숨에 6위(승점 24)로 뛰어 올랐다.
이날도 서포터스들은 포항구장에 ‘감독 퇴진’이란 문구가 적힌 대형 플래카드를 내걸어 경기에 나서는 최 감독의 어깨를 무겁게 했다. 그러나 포항은 산토스를 앞세운 막강한 수비로 전반을 무실점으로 막아낸 뒤 후반 ‘거함’을 침몰시키는데 성공했다.
후반 11분 김기동이 골 지역 오른쪽에서 윤보영의 땅볼 패스를 선취골로 연결시킨 뒤 38분 수비진이 걷어낸 볼을 이길용이 가로채 페널티지역 정면에서 오른발로 추가골을 뽑아낸 것.
성남은 ‘꾀돌이’ 윤정환을 오랜만에 선발로 내세운 뒤 김도훈과 김대의를 앞세워 반격에 나섰으나 포항의 철벽 스리백 라인을 뚫지 못한 채 완패했다.
시즌 개막전 3강을 자신하다 10위권까지 추락하며 1라운드 중반부터 서포터스들의 퇴진압력에 직면했던 최 감독은 “오랜만에 좋은 경기를 했다. 체력 기술 전술 등 모든 면에서 원하는 대로 됐다”며 만족감을 표시했다. 최 감독은 또 서포서스들에게 “부족한 점을 보완하면서 차근차근 밀고 나가면 목표했던 지점까지 갈 수 있다. 예전처럼 포항을 응원해 달라”며 남은 시즌에 자신감을 보였다.
광주 상무는 부천종합운동장에서 열린 부천 SK전에서 국내 최장신(1m95) 공격수 손정탁과 올림픽대표 출신 오승범의 연속골로 2-0으로 승리했다. 부천은 이날 패배로 올 시즌 17경기를 치르며 단 1승도 거두지 못한 채 5무12패를 기록 중이다.
부산경기에서는 대구와 부산 아이콘스가 2-2 무승부를 기록했다. 대구는 전반 20분 청소년대표 출신 구대령의 K리그 데뷔 첫 골로 기선을 제압한 뒤 후반 17분 우르모브에게 동점골을 허용했으나 31분 김건형의 두 번째 골로 승리를 챙기는 듯 했다. 그러나 대구는 후반 46분 인저리타임에 부산 김태민에게 뼈아픈 동점골을 허용하며 무승부로 경기를 마쳤다.
김상호기자 hyangs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