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자 글로벌 조사'에 따르면 40∼80세의 한국인 중 섹스가 삶의 한 부분으로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87%로 세계에서 가장 높게 나타났다. 그러나 막상 성기능장애가 발생했을 때 병원을 찾는 사람은 2%에 불과해 세계 최하위였다.
병원을 찾지 않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우선 본인이나 배우자의 성욕 상실을 들 수 있다. 또 본인이나 배우자가 성생활을 하기에는 체력이 너무 떨어지거나 위험한 질병을 앓고 있는 경우에도 섹스는 생각할 수 없다. 그러나 한국인들 중에는 이러한 문제점이 없는데도 병원을 찾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번 조사에서 장애가 있는데도 병원을 찾지 않는 이유를 복수로 응답케 했더니 ‘성기능장애를 치료의 대상으로 여기지 않아서’(76.8%), ‘노화의 정상적 과정으로 생각하고 자포자기한다’(74.7%), ‘성에 대한 시급함이 적어 차일피일 미룬다’(73.7%), ‘발기가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실토하는 것에 자존심이 상한다’(69.4%) 등의 이유를 꼽았다. 또 ‘아직은 장애가 심각할 정도가 아니므로 좀 더 두고 보겠다’(66.0%), ‘병원에 가도 별 신통한 방법이 없을 것 같아서’(63.6%), ‘병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60.9%) 등의 이유도 있었다.
진료비가 너무 많이 들까 염려하거나(27.9%), 검사를 하면 무슨 심각한 잘못이라도 나타나지 않을까 두려워서(21.2%) 치료를 받지 않는 사람도 있었다.
성의학을 전공하는 의사로서는 사람들이 의사에게 성 문제에 대해 얘기해도 제대로 치료받지 못할 것이고 의사가 이상하게 여기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는 사실에 답답함을 느낀다. 평상시 건강에 대해 자신하던 L씨(62)는 최근 갑자기 정력이 약해지고 발기에 장애가 생겼다. 그래서 걱정이 돼 작심하고 ‘정밀’ 신체검사를 받았는데 의사로부터 ‘아무 이상 없고 아주 건강하다’는 얘기를 듣고 돌아서면서 자신이 성문제로 병원을 찾았다는 생각에 속으로 야릇한 심정이 들었다고 한다.
의사들도 성문제에 대해 먼저 물어보기를 꺼리기는 마찬가지이다. 성적 문제가 있으면 수치심으로 생각하지 말고 의사가 묻지 않더라도 본인이 먼저 얘기를 해야 한다. ‘병은 자랑하라’는 말이 있지 않은가.
김세철 중앙대 용산병원 비뇨기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