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업계의 기업 이미지 광고 두 편. INI스틸은 시베리아를 달리는 기차를 통해 강철이 문화를 이어주는 역할을 한다는 메시지를 전한다(왼쪽). 포스코의 최근 TV 광고는 ‘작은 철 끝으로 전하는 큰 사랑’이라는 멘트와 함께 코알라를 청진기로 진찰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사진제공 INI스틸 · 포스코
눈 덮인 시베리아 벌판을 기차가 달리고 있다.
영화에나 나올 법한 멋진 풍광을 배경으로 “문화와 문화, 세상과 세상을 이어줍니다”라는 멘트가 흐른다.
이달 초 TV와 지하철 방송의 전파를 타기 시작한 이 광고는 창업 50주년을 맞은 INI스틸의 기업 이미지 광고다.
INI스틸이라는 회사 이름이 들어가지 않는다면 도대체 어떤 기업의 광고인지, 무엇을 알리려는지 알아낼 방법이 없다. 달리는 기차를 보며 철강회사를 떠올릴 사람이 있을까?
LG그룹의 이미지 광고 - 사진제공 LG
광고는 궁극적으로 상품을 판매하기 위한 수단. 제품이 새로 나왔다고 알리건 재미있는 이미지를 보여줘 눈길을 끌건 결국 물건을 사는 소비자들에게 어필해야 하는 것이다.
이미지광고는 이런 광고의 ‘기본 사명’과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도대체 누구를 대상으로, 왜 하는 것일까?
▽기업 광고는 타깃이 넓다=INI스틸이 TV 광고에 나선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이전 광고는 2001년 7월 현대자동차그룹으로 편입되면서 회사 이름이 인천제철에서 INI스틸로 바뀌었다는 사실을 알리기 위해 내보냈다.
철강업체의 고객은 일반 소비자가 아니다. 이 때문에 철강업계에선 포스코가 ‘소리 없이 세상을 움직인다’는 메시지로 3년째 이미지 광고를 하고 있는 것을 빼면 대부분의 업체가 TV 광고를 외면해 왔다.
하버드 경영대학원의 스티븐 그레이저 교수는 “기업 이미지 광고의 타깃은 일반적인 소비재 광고에 비해 범위가 훨씬 넓다”고 지적한다. 그가 제시하는 타깃은 크게 세 부류다. 일반적인 고객 외에도 투자자나 언론처럼 주가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사람들과 광고를 하는 해당 기업의 직원들이 대상이라는 것이다.
애널리스트나 펀드 매니저가 꼭 기업 광고에 영향을 받는다고는 말할 수는 없다. 하지만 투자자들에게 해당 기업이 ‘광고를 할 만큼 경영이 탄탄하고 중요한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강하게 준다.
▽경영 성과에 도움이 된다=기업 이미지 광고로 성과를 내고 있는 대표적인 기업은 유한킴벌리다. 이 회사는 ‘우리 강산 푸르게 푸르게’라는 카피로 20년째 광고를 하고 있다. 이 때문에 유한킴벌리가 나무를 키우는 기업인 줄로 아는 사람들도 없지 않다.
물론 심는 일에도 큰 관심을 보이고 있지만 유한킴벌리는 기본적으로 나무를 원자재로 소비하는 기업이다. 환경 문제에 대한 관심이 날로 높아가는 지금 이 회사의 경영실적은 놀랍다. 70년 설립 이후 단 한 번도 적자를 낸 적이 없으며 지난해 1600여명의 직원이 매출 7100억원, 당기순이익 840억원을 기록했다. 학계에선 환경 친화적인 이미지가 경영 성과로 이어진 성공 케이스로 유한킴벌리를 꼽고 있다.
▽내부 고객을 위해=올해 상반기 LG그룹은 ‘정도경영’을 주제로 기업 이미지 광고를 내보내고 있다. 광고의 내용은 한 어린이가 운동장에 주전자로 줄을 긋고 있는데 줄이 삐뚤삐뚤해지자 친구들이 손을 벌려 일렬로 서서 줄을 바르게 그을 수 있도록 도와 준다는 내용. 이 광고는 LG그룹이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면서 제작됐다.
1995년 세계적인 제약업체인 글락소는 웰컴과 합병하면서 대대적인 기업 이미지 광고를 내보냈다. 광고업계에선 이 광고가 나간 시점이 연구자들을 해고하면서 사내 여론이 나빠지고 있던 무렵이라는 데 주목한다. 광고학자들은 “기업 이미지 광고는 변화의 순간에 임직원에게 심리적인 안정을 주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한다.
홍석민기자 sm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