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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덕의 연예토크]김민종등 연기변신 "망가져야 뜨는데…"

입력 | 2003-06-30 17:26:00


요즘 TV드라마나 영화를 보면 배우들이 ‘망가지기’ 경쟁을 하는 것 같다. 마치 ‘누가 누가 더 망가지나’ 대회를 하는 듯하다. 배우 몇 명에게 전화를 걸어 ‘망가지는 이유’에 대해 인터뷰하자고 했더니 서로 “아직 덜 망가졌다”며 손사래를 친다. 그래서 배우들의 ‘망가짐’에 대해 나홀로 분석했다.

10년전 방송 작가를 시작할 때만 해도 배우를 섭외할 때는 무조건 “멋있는 역, 왕자님 같은 역이야”라고 해야 섭외가 됐다. 물론 탤런트 김보성처럼 ‘오토바이 타는 역’이라고 하면 무조건 달려드는 이도 있었다. 하지만 요즘은 예전과 너무 달라졌다.

캐스팅을 의뢰하면 일단 “어떤 캐릭터냐”고 묻는 것이다. 왕자님도 ‘바보같은 왕자’가 있고 ‘콧대높은 왕자’가 있다. 그러니까 왕자냐 거지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관객들에게 ‘어떤 캐릭터’로서 비치는 것인가가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됐다.

사실 요즘은 얼굴 마담인 주인공보다 개성강한 조연이 더 인기가 높은 경우가 많다. 영화 ‘해적, 디스코왕 되다’의 시나리오를 받을 때 임창정의 원래 역할은 이정진이 연기한 ‘해적’ 이었다. 그러나 임창정은 ‘해적’ 보다 똥지게를 지는 ‘모자란 바보’ 역을 선택했다. 이유는 하나다. ‘재미있고 캐릭터가 살아있다’는 것.

‘가문의 영광’의 김정은, ‘동갑내기 과외하기’의 김하늘처럼 망가지는 데는 여자 배우들도 몸을 사리지 않는다. ‘오 해피데이’의 장나라는 한국의 ‘여자 짐캐리’라고 불러도 손색없을 듯하고, ‘아름다운 밤이예요!’를 외치던 고상과 우아의 대명사였던 장미희까지 ‘보리울의 여름’에서는 고무장화를 신고 돼지와 닭 사이에서 뒹군다.

망가지는 걸로 둘째가라면 서러운 장르가 시트콤이다. 호랑이 시어머니 캐릭터로 찍혀 “아들이 장가 못 가게 생겼다”고 푸념해오던 김용림은 시트콤 ‘남자셋 여자셋’에서 주책맞은 ‘얼큰이’(얼굴이 큰) 할머니로 나오면서 망가지기 시작했다.

그뿐만이 아니다. 박영규 노주현 신구 반효정까지 시트콤에서 이미지 변신을 하며 신세대 관객들에게 다시 다가왔다. 무색무취의 윤다훈은 ‘세 친구’에서 고무장갑 쇼로 망가진 뒤 현재 정상의 스타로 떠올랐다. 이쯤 되면 ‘망가져야 산다’라는 말이 그냥 나온 것은 아닌 듯하다.

그러나 망가지고 싶어도 절대 망가지지 않는 배우들이 있다. 눈빛이 강한 배우들이 그들인데, 김민종 장동건이 그런 류이다. 김민종과 장동건이 강렬한 눈빛으로 우리를 쏘아보며 “영구없다”를 외치는 걸 상상해보라. 웃기보다는 “알았어, 다음에 올께…”하며 뒷걸음질 칠 것 같다.

김민종은 6월 중순부터 촬영중인 ‘낭만자객’이란 영화에서 확실히 망가지기로 결심했다고 한다. 과연 그의 변신은 성공할까?

방송작가·영화감독 CEO@joyfre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