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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구원투수 ‘수난의 계절’

입력 | 2003-06-30 18:14:00



‘잘 하면 본전, 못 하면 역적.’

마무리 투수들에게 주어진 숙명이다. 이 때문에 마무리 투수는 ‘기피 보직’ 1호.

마무리를 하다 기를 쓰고 선발로 바꿔달라며 애원해 선발투수로 ‘소원성취’한 현대 위재영은 “매일 등판대기 해야 하는 육체적 피곤함에다 못하면 욕만 바가지로 먹고, 사람할 짓이 못된다”며 고개를 절레절레 가로젓는다.

하지만 누가 맡아도 맡아야 할 게 마무리. 더구나 팀에서 가장 중요한 보직중 하나이기 때문에 마무리가 약한 팀은 결코 강팀이 될 수 없다.

구원랭킹 1,2,3위인 조웅천(SK)과 노장진(삼성), 진필중(기아). 잘 나가는 팀의 특급 마무리투수들이지만 이 세 명이 요즘 수상하다. 볼끝은 전보다 못하고 피곤하고 지친기색이 역력하다. 툭하면 구원실패로 ‘소방수’에서 졸지에 ‘방화범’으로 돌변하는 일이 부쩍 잦아졌다.

지난달 29일 경기에서도 진필중과 조웅천이 각각 한화전과 롯데전에서 1점차 리드를 지키지 못해 끝내기 안타를 맞고 패전투수의 멍에를 썼다.

150km의 강속구를 뿌리는 진필중과 노장진은 국내 프로야구의 손꼽히는 마무리투수들이지만 세이브 상황에 등판해 팀의 리드를 지켜내지 못한 ‘블로운 세이브(Blown save)'가 각각 7번과 6번이나 된다. 이 정도면 특급소방수라고 할 수 없다.

노장진은 “한번 나가면 많은 이닝을 소화하다 보니 체력적으로 힘든 부분이 있다”고 하소연. 또 진필중은 “야구가 잘 안되니 스트레스가 많이 쌓인다”며 부담감을 털어놓는다.

지난해 구원왕 조용준은 올 시즌 초 신나는 구원행진을 하다 목 통증 때문에 2군에서 재활치료중이다. 그는 후반기에나 등판가능할 전망.

그야말로 구원투수들의 ‘수난시대’다.

김상수기자 ss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