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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에세이]박용우/‘여름 식탁’ 일단 끓여 먹는게 상책

입력 | 2003-06-30 18:32:00


요즘 아침 식탁이 부실(?)해졌다. 얼마 전부터 초등학교에 다니는 두 아이의 점심 도시락을 싸주게 됐기 때문이다. 아침에 출근준비 하느라 정신없이 바쁜 아내에게 새로운 일이 추가됐으니 남편의 아침식사는 관심 순위에서 밀릴 수밖에. 최근 집단 식중독 발생 뉴스가 잇따라 보도되면서 학교급식이 중단되었기 때문이란다.

식중독은 우리가 알고 있는 것보다 흔한 건강문제다. 설사나 복통 없이도 밤중에 두통과 메슥거림으로 잠을 설쳤을 때 체했거나 몸살기운이 있는 정도로 생각하고 넘어간 경우 중 상당수가 가벼운 식중독이었을 가능성이 높다. 약 70%가 6∼9월에 집중 발생하며 대부분 세균이나 바이러스, 혹은 그 독소에 오염된 음식을 섭취함으로써 발생한다.

살모넬라균은 익히지 않은 육류나 계란을 먹었을 때 감염될 수 있다. 이 균은 섭씨 60도에서는 10분 이상 가열해야 하나 70도 이상에서는 1∼2분이면 충분하다. 쇠고기를 레어(rare)로 즐겨 먹는 사람도 여름철에는 미디엄(medium)이나 웰던(welldone)으로 바꾸는 것이 좋다.

포도상구균은 사람의 피부 손톱 코에 있다가 조리과정에서 음식으로 옮겨간다. 이 균에 오염된 상태에서 실온에 방치하면 세균이 급격히 증식하면서 독소를 생산한다. 따라서 음식을 만들면 재빨리 소량으로 나누어 냉장 보관해야 한다. 냉장고에서 음식의 크기가 작을수록 세균 증식을 억제하는 온도에 빠르게 도달하기 때문이다. 일단 독소가 형성되면 열을 가해도 쉽게 파괴되지 않는다. 따라서 냉장고를 과신하지 말고 음식이 상했다고 생각되면 가차 없이 버려야 한다. 이를 아까워하다가 병원비가 더 드는 우를 범할 수 있다.

해산물을 즐기는 필자에게 비브리오균은 특히 달갑지 않은 손님. 이 균은 60도에서 15분 이상, 80도에서 7분 이상 가열하면 사멸하므로 해산물은 철저히 익혀 먹으면 아무 문제가 없다. 무엇보다 여름에는 꼬막 바지락 피조개 새우 등을 생식하지 않는 것이 좋다. 특히 간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이 오염된 해산물을 날로 먹어 생기는 패혈증은 사망에 이를 수도 있으므로 간이 나쁜 사람은 해산물을 반드시 익혀 먹어야 한다.

최근 집단발병 양상을 보여 보건당국을 긴장시키고 있는 장출혈성 대장균은 해마다 미국과 일본에서 햄버거 등의 식품에서 발견되어 대량 식중독을 일으키는 것으로 악명이 높다. 이 균은 70도에서 2분 정도 가열하면 죽는다. 햄버거는 고기 속까지 갈색이 되도록 잘 익혀야 하며 소의 내장은 완전히 익혀 먹어야 한다. 조리과정에도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생고기를 담았던 곳에 익힌 고기나 야채를 담지 않도록 하고 생고기를 놓았던 곳은 뜨거운 물로 소독해야 한다.

며칠 전 국내에서 최초로 발견된 보툴리누스 중독증은 환자의 20%가 사망에 이르는 무서운 질병이다. 이 균은 통조림 내부 같이 산소가 없는 상태에서 증식하면서 독소를 낸다. 따라서 저장 캔이 부풀어 있거나 냄새가 나면 바로 버려야 한다. 상하지 않았나 맛을 보는 것도 위험하다.

무엇보다 식중독 예방의 첫걸음은 손 씻기 습관이다. 외출 뒤, 화장실 다녀와서, 식사 전, 음식을 만들기 전에는 반드시 손을 씻어야 한다. 온 국민의 손 씻기 습관으로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가 우리나라를 비켜갔듯이 식중독 집단발병도 비켜가길 기대해 본다.

박용우 성균관대 의대 강북삼성병원 교수·가정의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