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야, 오늘은 내가 조금 더 잘했지.”
성남고 3번타자 김현중(2학년)과 4번 박병호(2학년)는 절친한 친구이자 라이벌이다.
두 선수는 포지션이 같다.김현중이 안방을 지킬때는 박병호가 1루수비를 보고 박병호가 포수 마스크를 쓴 날은 김현중이 1루수 미트를 챙긴다.
둘은 제57회 황금사자기 전국 고교야구대회에서 연일 맹타를 휘둘러 2연속 콜드게임승을 거둔 성남고를 일약 우승 후보의 위치에 올려 놓았다.
먼저 뜬 쪽은 김현중. 김현중은 개막전에서 역전 만루홈런을 쏘아 올리며 스타 탄생을 예고했다. 박병호도 투런 홈런 포함 3타수 2안타 4타점의 만만찮은 활약을 펼쳤지만 김현중의 활약에 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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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30일 선린 인터넷고와의 16강전에선 박병호가 김현중에게 판정승을 거뒀다.
박병호는 이날 6회 2점홈런 포함 4타수 3안타 5타점의 불방망이를 휘둘러 12대4, 7회 콜드게임승의 주역이 됐다. 김현중도 4타수4안타 1타점 3득점의 녹록치 않은 성적을 냈지만 팀 공헌도 면에선 단연 박병호가 앞섰다.
재미있는 사실은 두 선수 모두 1루 수비를 볼때 더 나은 성적표를 받아들었다는 것.
그렇다면 수비 부담이 많은 포수를 그만 두고 1루수로 전향하는게 더 낫지 않을까.
“포수로 프로에 진출하고 싶어요. 1루수는 왠만큼 해선 성공하기 어렵잖아요.” 박병호는 순수한 학생답게 솔직하게 속내를 드러냈다.
박병호와 김현중은 초등학교때 부터 친구.영일 초등학교 1학년때 취미삼아 들어간 야구부 감독이 김현중이 다니던 충암초등학교 출신이라 두팀은 자주 연습경기를 치르며 안면을 텄다.
영남중학교를 다닐때도 김현중이 다니던 성남중학교와 매주 연습경기를 가져 일주일에 한번은 꼭 만났다.
박병호는 김현중을 어떻게 평가할까.
“저보다 나은 선숩니다. 특히 포수로서의 능력은 현중이가 훨씬 더 뛰어나다고 생각해요.”
사실 올 초 박병호는 김현중을 의식해 고민에 빠지기도 했다. 하지만 이호경 감독으로 부터 “둘다 성공할수 있도록 공평하게 기회를 줄 테니 열심히 해보라”는 격려의 말을 듣고 다시 야구에 열중하기 시작했다. 이호경 감독은 “어린 선수지만 침착하고 수읽기에 강한 클러치 히터”라고 제자를 칭찬했다
박병호가 생각하는 포수로서 가장 보완해야 할 점은 블로킹과 2루 송구능력.
박동식(46), 신순덕(46)씨의 2남중 차남.
잠자리가 편해야 한다며 안방을 내주고 거실에서 주무시는 부모님이 박병호의 가장 든든한 후원자.
아버지가 중학교때 설치해 주신 T배팅 연습기로 매일 300개의 스윙을 하고 나서야 잠자리에 든다.
박해식 동아닷컴기자 pistol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