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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피우기 힘든 사회 당신의 선택은?…금연구역확대 단속 첫날

입력 | 2003-07-01 18:28:00


금연구역의 확대 및 신설과 불법 흡연에 대한 단속 법령이 본격 시행된 1일, 대형 건물을 제외한 많은 음식점과 PC방 등은 별도의 흡연구역을 설치하지 않는 등 준비가 소홀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설 단속 업무를 맡은 시군구는 단속할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

또 애연가들도 금연구역 내에서의 흡연 단속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듯 식당 등에서 상당수가 ‘재떨이를 가져오라’고 요구했다. 업주들도 치워 놓았던 재떨이를 순순히 갖다 주는 모습이었다.

이날 점심시간 때 경기 과천의 한 대형 한정식점. 현관에 금연표지판이 붙어 있었지만 손님들이 식사 후 스스럼없이 담배를 피워 물었다. 그러자 종업원들이 “오늘부터 범칙금 무는데요”라고 말하면서도 재떨이를 대령했다.

이 음식점 주인은 “손님들이 술을 마시다 보면 자연스럽게 담배를 피우는데 어떻게 처음부터 금연실, 흡연실로 안내를 하느냐”고 울상을 지었다.

45평 미만의 소규모 음식점은 흡연구역을 설치할 필요가 없지만 법령 내용을 잘 몰라 주인이 “이러시면 우리 식당 벌금 내요”라며 손님들의 흡연을 막무가내로 막기도 했다. 이날 오후 서울 중구 서소문의 한 PC방. 내부 50여평이 6 대 4 비율로 금연과 흡연구역으로 나눠져 있었다. 하지만 담배연기가 넘어오지 못하게 막는 칸막이를 설치하진 않았다.

주인은 “곧 칸막이를 하겠지만 금연구역 안쪽은 모두 벽이어서 환풍기 설치가 쉽지 않다”고 고민했다. 건물 전체가 금연시설인 병원의 경우 일관된 기준이 없어 다소 당황하는 모습이었다.

서울대병원은 구내 전역을 금연구역으로 정해 금연을 강력하게 밀어붙인 반면 대부분의 병원들은 건물 내에서만 흡연을 금지해 환자들이 건물 밖에 옹기종기 모여 담배를 피우는 모습이 목격됐다. 흡연자가 많은 대학에서도 학생들이 담배 피울 곳을 찾아 이리저리 몰려다녔다.

대학원생 권혁상씨(27·인천 남구 용현동)는 “연구실이나 휴게실에서 담배를 피울 수 없는 사실은 알지만 경찰이 따라다니면서 범칙금을 물리지는 못할 것 아니냐”고 말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7월부터 금연구역에서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을 집중 단속할 계획은 없다”며 “7월 한 달은 계도기간으로 하고 8월부터 전국 경찰서별로 특정 지역을 정해 금연 위반을 시범 단속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진기자 leej@donga.com

정양환기자 r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