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 노조가 1일 파업 철회를 선언한 것은 무엇보다 ‘더 이상 노조의 불법파업에 끌려 다니지는 않겠다’는 원칙을 지킨 정부의 강경대응 때문으로 풀이된다. 정부가 종전과 달리 이번 파업에 대해서는 어떤 희생을 무릅쓰고라도 ‘법과 원칙’을 지키겠다는 의지를 보이면서 노조원들이 흔들리자 노조 집행부도 더 이상 버티기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파업이 끝났지만 열차 정상화에는 2, 3일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파업 참가 노조원들이 업무현장으로 복귀하더라도 근무조정 등의 작업을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이번 파업에서 보여준 정부의 ‘원칙 준수’로 1989년 이후 14년을 거치면서 끌어온 철도구조개혁이 급물살을 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철도노조 왜 백기(白旗) 들었나=철도노조는 1일 철도파업 철회를 선언하면서 “철도구조개혁 관련법이 국회에서 통과된 상황에서 더 이상 국민의 불편을 감수할 수 없다는 노조원들의 목소리가 높아 파업 철회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보다는 정부가 “노조와 더 이상 협상은 없다”며 강경 대응으로 일관하자 조합원들이 동요한 게 직접적인 원인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정부가 지난달 29일 오후 10시까지 업무에 복귀하지 않은 파업참가자에 대해 정직(停職) 1개월 이상의 중징계 방침을 밝혔다. 이어 30일에는 파업을 주도한 노조간부 121명을 직위해제하자 업무 복귀를 요구하는 조합원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다 30일 국회가 철도산업발전기본법과 한국철도시설공단법 등 철도구조개혁을 위한 2개 법률을 통과시키면서 파업 명분이 없어졌다는 노조원들의 판단도 작용했다.
한편 철도노조가 조건 없는 파업 철회를 선언하면서 정부가 노조에 ‘어떤 선물을 약속한 것은 아니냐’는 분석도 제기됐다. 하지만 정부와 노조는 “이는 언급할 가치도 없는 추측”이라고 일축했다.
▽철도 완전 정상화는 2, 3일 걸릴 듯=건설교통부는 2일 중으로 철도 운영을 정상화시키겠다는 계획이지만 열차 운행의 완전 정상화에는 2, 3일 소요될 전망이다.
파업이 철회돼 노조원들이 근무지로 복귀하더라도 승무원들의 피로가 누적돼 열차 정상 운행에는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또 직무분야별, 지역별 직원 안배가 맞아야만 열차가 제대로 운행될 수 있어 어느 한 쪽 직무분야나 지역 노조원들이 전원 업무에 복귀하더라도 다른 쪽 노조원들의 복귀율이 저조하면 열차 운행이 어려운 실정이다.
여기에다 그동안 비상계획에 따라 차량이 운행됐기 때문에 평상시 있어야 할 위치가 아닌 다른 곳에 차량이 분산돼 이를 제 위치로 복구시키는 데 최소 하루가 걸린다.
이 밖에 파업 중 공백이 생겼던 차량 및 시설 등에 대한 안전점검도 실시해야 한다.
김세호(金世浩) 철도청장은 “열차운행 완전 정상화까지 2, 3일은 걸릴 것으로 보인다”며 “하지만 노조원들이 빨리 업무에 복귀하도록 재촉해 최대한 빨리 정상화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철도구조개혁 급물살 탈 듯=30일 철도의 시설과 운영을 분리하는 것을 뼈대로 하는 ‘철도산업발전기본법’과 ‘한국철도시설공단법’이 통과된 데다 노조가 파업을 자진 철회함으로써 입지가 좁아진 상태여서 철도구조개혁의 진행이 탄력을 받게 됐다.
계획대로라면 철도의 시설 부문을 전담할 ‘한국철도시설공단’은 내년 1월 1일자로 출범해야 한다. 정부는 이를 위해 우선 이달 중 최재덕(崔在德) 건설교통부 차관을 위원장으로 하는 ‘한국철도시설공단설립위원회’를 발족시킬 계획이다. 또 9월까지는 철도청 직원 가운데 시설공단으로 이동할 인원(700여명)을 확정하고 연말까지는 시설공단 출범 준비를 마무리할 예정이다.
또 철도청의 공사화를 담은 ‘한국철도공사법’을 내년 중 입법한 뒤 2005년 1월 1일자로 철도청을 공사로 전환할 방침이다.
하지만 철도노조가 △철도공무원의 연금 승계 △고속철도 건설부채 정부 인수 △철도의 복선화 및 전철화 등 개량사업 부문과 운영 부문의 통합 등 3가지 사항을 계속 요구하고 있어 적잖은 진통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황재성기자 jsonh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