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체험마을이 농촌 살리기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여름 휴가철을 앞두고 지역의 농촌체험 마을에는 도시 사람들 맞이하기 준비가 한창이다.
대구에서 28번 국도를 따라 자동차로 1시간 가량 가다 포항 입구에서 왼쪽으로 들어가면 세심(洗心·마음을 씻는다는 뜻·경북 경주시 안강읍 옥산1리)마을이 숨어있다.
후덥지근한 날씨에 짜증이 나더라도 산으로 둘러싸인 세심마을에 들어서면 정말 상쾌하고 푸근해진다. 동방오현으로 불리는 조선 중기 대 유학자 회재 이언적(晦齋 李彦迪) 선생이 고향인 이 곳에 독락당(獨樂堂)을 짓고 조용히 학문에 열중한 이유가 절로 느껴진다.
마을 전체가 유서 깊은 문화재로 가득하지만 한번 둘러보는 관광지에서 도시주민을 위한 농촌체험마을로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회재선생을 기리는 옥산서원 앞 바위에 퇴계 이황 선생의 필적으로 새겨진 ‘세심대(洗心臺)’를 본 떠 마을 이름도 ‘세심마을’로 정했다.
옥산서원 독락당 신라 13층 석탑 같은 문화재와 함께 농사체험장 버섯체험장 전통헬쓰장 고기잡이 체험장 도자기 학습장 등을 새로 꾸몄다. 마을주민 130여명(65가구)은 도시주민들에게 농촌의 넉넉한 마음을 나누고 더불어 농촌도 활성화시키겠다고 뜻을 모았다.
“마음만으로는 안되지요. 마을 활성화에 앞장서는 9명이 350만원씩 내 농사체험장도 새로 꾸미고 했어요. 아직 좀 부족하지만 하루 이틀 머물며 농촌과 전통의 멋을 느낄만합니다.” 버섯농사를 짓는 이우근(李羽根·43) 이장의 말이다. 세심마을에서 4인 가족이 1박 2일 머물며 체험프로그램에 참여할 경우 비용은 10만원 가량.
지난달 30일 오후 인도네시아 공무원 15명으로 구성된 연수생들이 한국의 ‘발전된 농촌’을 견학하기 위해 세심마을을 찾았다. 이들은 독락당 마당에서 떡메질을 한 뒤 직접 만든 인절미를 맛보기도 했다. 이샥 앞둘학씨(53·인도네시아 교육대학 학장)는 “농업국가인 인도네시아에 한국의 새마을운동을 도입하기 위해 방문했다”며 “한국의 농촌은 부러울 정도로 모든 면에서 선진국 같다”고 말했다.
세심마을이 전통의 멋으로 도시인을 유혹한다면 문경시 농암면 궁터마을은 그야말로 두메산골. 문경시에서 비포장도로를 자동차로 25분정도 들어간다. 여기서 하루 이틀 묵으면 돌아오는 것을 잊을 정도다.
지난해 전국에서 1000여명이 궁터마을을 찾았다. 올 여름을 여기서 보내려면 예약을 서둘러야 할 정도로 인기다. 이현섭(李賢燮·43) 이장은 “올 여름도 계곡탐사 전통무예 배우기 가재 잡기 등 다양한 체험프로그램을 마련했다”며 “아직은 초창기지만 농촌체험마을을 지역별로 특색을 살려 운영하면 농촌을 활성화하는 데 상당한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경주=이권효기자 bori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