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영어 캠프에 참가한 한 초등학생이 현지인 강사에게 골프 강습을 받고 있다.동아일보 자료사진
영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여름방학을 이용해 자녀의 영어 실력을 향상시키고 싶어하는 학부모들이 많다. 각종 단체가 개설하는 국내 영어캠프나 학원, 그리고 미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등 영어권 국가로 적지 않은 돈을 들여 자녀들을 연수를 보내기도 한다.
그러나 학부모들은 단기 특별 프로그램에 아이를 맡기고 영어를 술술 할 수 있기를 기대하지만 짧은 시간에 언어를 금방 배우는 것은 쉽지 않다. 욕심을 내기보다는 학기 중에는 시간이 없어 하지 못하던 활동을 체험하면서 영어 실력도 조금씩 늘려간다고 생각하면 아이들도 부담을 느끼지 않을 수 있다.
▽영어캠프 우선은 즐겨라=국내에서 초등학생과 중학생을 대상으로 개설하는 영어캠프는 대부분 1주일 이내가 많지만 1∼3주짜리도 있다.
영어캠프 모집은 빨리 마감되기 때문에 서둘러야 한다. 구체적인 학습 계획을 세우지 않고 있다가 남들이 하니까 따라서 하는 식으로 뒤늦게 프로그램에 참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영어캠프는 영어를 하면서 미술 음악 스포츠 전통문화 체험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스스로 빨래도 하는 등 자립심을 키울 수 있는 좋은 기회다. 그런 만큼 단단한 마음가짐도 필요하다. 캠프에서 즐겁게 생활하면 공부에 대한 취미를 붙일 수 있다. 영어에 흥미가 없는 아이를 억지로 보내면 오히려 영어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만 갖게 할 우려가 있다.
영어캠프 기관이나 영어학원들은 효율적인 학습을 위해 영어 실력을 평가해 반편성을 한다. 많은 학부모들이 무조건 수준이 높은 반에 들어가기를 원하는 경향이 있지만 잘못된 생각이다.
실력에 비해 수준 높은 반에 들어가면 다른 아이들의 실력에 주눅이 들어 말도 못하고 시간만 허비할 수도 있다. 그것보다는 자기 수준에 맞는 반을 골라 자신감을 갖는 것이 더 중요하다.
따라서 아이에게 캠프는 공부하면서 즐기는 곳이라는 인상을 주는 것이 교육적 효과가 더 높다. 우리말 카세트와 휴대전화 등 금지 물품이 많고 규칙이 엄격하기 때문에 주의사항을 꼼꼼히 챙겨 자녀에게 미리 알려줘야 한다. 영어 공부는 장기전이기 때문에 영어캠프가 끝난 뒤에도 자녀가 영어에 계속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기회를 만들어 주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
▽해외연수는 문화체험=해외 영어연수는 여름방학이 시작되는 7월20일경부터 3∼4주간 실시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300만∼400만원의 비용이 들기 때문에 아이가 영어를 잘 했으면 하는 기대는 클 수밖에 없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해외연수를 보낼 때 너무 학습 효과에만 집착하지 말라고 조언한다. 영어실력이 금방 쑥쑥 키워질 수 없는 만큼 외국 문화를 피부로 체험하고 외국인을 만나도 두려워하지 않고 틀리는 영어라도 떠들 수 있는 자신감만 건져와도 큰 소득이라고 생각하라.
외국인 가정에서 홈스테이를 하는 경우 예절 교육을 시켜서 보내야 한다. 홈스테이 가정에 줄 간단한 선물을 마련하고 한국과 가족에 대한 간단한 소개법도 익히는 게 좋다.
외국 가정에서는 식사 뒤 설거지도 도와주면서 ‘손님’이 아니라 ‘한 식구’라는 자세로 생활해야 금방 친해질 수 있다. 부모들도 외국에 있는 자녀에게 너무 자주 전화를 걸지 말고 스스로 모든 것을 해결하도록 맡겨 두자. 귀국 뒤에는 외국 가정과 계속 연락을 유지하면서 자녀가 외국어의 필요성을 느끼도록 하는 것도 좋다.
▽영어학원 고르기=초등학생을 겨냥한 영어학원이 많지만 어떤 곳을 고를지 막막한 경우 많다.
프랜차이즈 학원부터 미국식 교과서로 공부하는 학원까지 다양하지만 학원비가 비싸다고 꼭 좋은 학원은 아니다. 방학 중에는 주5일씩 집중 교육을 하는 학원을 골라보는 것도 괜찮다. 영어학원을 고를 때는 프로그램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학원 수업으로 끝나는 곳보다 적당한 과제물을 내주는 곳이 영어 실력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
외국인 강사의 자질도 중요하다. 국내에서 정식으로 영어 강사를 하려면 취업비자(E2)를 받아 지정된 근무처에서 일해야 한다. 관광비자나 검증되지 않은 에이전트를 통해 입국한 외국인들은 학원을 자주 옮기는 경우가 있으므로 이를 잘 확인하고 등록하는 게 좋다.
이인철기자 inchu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