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근타라 초원에서 승마를 즐기는 여행자들. 승마는 현대 몽골리안에게도 생활의 중요한 일부분이다.사진제공 월드콤
유목은 하나의 문명이다. 유목 문명의 특징은 간소함과 이동성이다. 구름처럼 떠돌아다니는 유목민들은 역사에 흔적을 남기지 않았다.
유목민들의 힘이 가장 강하게 형성된 때는 13세기 몽골족을 중심으로 한 칭기즈칸의 제국이었다. 공식 국명인 몽골(mongol)은 ‘용감’이란 뜻이다. 영문으로는 몽골리아(mongolia)로 표기된다. 예전에 쓰이던 몽고(蒙古)라는 명칭은 ‘우매하고 오래된’이란 뜻으로 중화사상을 지닌 중국인들이 몽골을 비하하기 위해 지어낸 말이다.
몽골 제국의 창시자 칭기즈칸은 몽골 부족의 명문가에서 태어났다. 아버지가 독살당한 후 어머니 밑에서 자라면서 신분의 위협을 느끼자 당시 가장 강했던 케레이트 부족에 들어가 무인으로 성장한다. 그 후 아버지를 죽인 타타르족과 케레이트족을 한꺼번에 평정한 후 몽골 제국의 맹주로 추대됐다.
몽골 제국의 창시자인 칭기즈칸의 나무조각상. 몽골 여행길에는 이 조각상과 자주 마주치게 된다.사진제공 월드콤
유목민의 과거가 그러하듯 칭기즈칸의 기록은 좀체 찾아볼 수 없다. 사람들의 기억 속에 남아 유목민에 대한 아련한 향수를 떠올리게 할 뿐이다. 몽골에 가면 사라진 문명의 한 편린, 유목을 만날 수 있다. 그리고 칭기즈칸의 거칠 것 없던 생애를 더듬어볼 수 있다.
● 현대와 과거의 공존, 울란바토르
몽골 관광의 핵심 코스는 수도인 울란바토르, 고비사막, 초원 3곳이다.
‘붉은 영웅’이란 뜻의 울란바토르는 현대와 과거가 기묘하게 뒤섞인 도시다. 도시의 중심은 수흐바타르 광장. 1921년 이곳에서 ‘혁명의 영웅’인 담디니 수흐바타르가 중국으로부터 몽골의 독립을 선언했다. 광장 한쪽엔 말을 탄 수흐바타르의 동상이 세워져 있는데 북방 민족의 호탕한 기운이 느껴지는 문구가 새겨져 있다.
‘만일 우리 모두에게 공통된 노력과 의지가 있다면 우리가 이 세상에서 이루지 못할 것이 없고 배우지 못할 것이 없으며 실패할 것이 없다.’
유목민들의 삶을 보다 생생히 체험하려면 고비사막이나 초원으로 가야 한다. 몽골고원 내부에 있는 고비는 몽골어로 ‘풀이 잘 자라지 않는 거친 땅’이란 뜻이다. 다른 대륙에서 만나는 사막과는 달리 고비에는 높은 산, 온천, 숲, 모래가 있고 풍부한 동식물이 살고 있다. 고비는 몽골 국토의 30%를 차지하는데 그 중에서도 만달고비를 가볼 만하다.
▼관련 행사▼- '고도원의 아침편지' 몽골에서 말타기
만달고비엔 유목민 박물관이 있다. 박물관은 자연사전시관, 민족전시관, 역사전시관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 지역 출신의 역사적 인물에 대한 설명과 13∼18세기의 고비 유목민의 생활과 관련된 물품들이 전시돼 있어 척박한 자연 환경에서 자연과 공존하는 유목민들의 지혜를 엿볼 수 있다. 전시물 중에는 몽골에서 가장 탁월한 예술가로 평가받았던 잔바자르가 제작한 청동 부처도 있다.
고비사막에선 시속 5km로 움직이는 쌍봉낙타를 타 볼 수 있다. 하브트가이로 알려진 이 야생 낙타는 희귀종으로 수천마리가 사육되고 있다. 음식과 물 없이 일주일간 고비를 이동할 수 있어 장거리 여행자들이 애용한다. 최근엔 그 수가 줄어들어 고비엔 낙타를 보호하는 국립공원이 꾸준히 지정되고 있다.
초원 관광지인 거근타라도 가볼 만한 곳이다. 네이멍구 자치구의 수도인 호화호트에서 북쪽으로 200km 외곽에 있다. 해발 1700m의 고원지대에 자리한 거근타라 초원은 그야말로 전형적인 몽골 초원의 풍경을 지녔다. 이곳에는 말이나 낙타를 타고 몽골 사람들의 집을 방문하면서 즐기는 관광 프로그램이 있다.
● 온도 조절 가능한 전통가옥 겔
우주를 상징하는 몽골의 전통 가옥 겔의 모습. 최근에는 해외 여행객들을 위한 최고급 겔도 선보이고 있다.사진제공 월드콤
몽골인들의 전통가옥인 겔(Gel)에서의 하룻밤도 잊을 수 없다. 나무와 펠트(양털)를 주된 재료로 해서 조립되는 몽골포 또는 겔은 그야말로 유목민들의 특별공간이다. 겔은 몽골 고원의 풍토와 유목 생활에 편리한 구조로 돼 있다.
여름철엔 펠트의 흰색이 강렬한 햇빛을 막아준다. 천막 밑자락을 걷어 올리게 돼 있어 바람과 온도 조절이 가능하다. 겨울철에는 겔의 원형 구조가 겨울의 강력한 북서풍을 누그러뜨려 추위를 막아준다. 겔은 먹고 자는 공간으로 화장실이 없다. 볼 일을 보려면 겔 밖으로 나가야 하는데 몽골 사람들은 화장실에 갈 때 남자는 “말 보러간다”, 여자는 “말 젖 짜러 간다”고 한다.
밤에는 우무란치라는 공연이 볼 만하다. 10여명으로 조직된 문화 선전대의 공연으로 씨름, 경마, 낙타경주가 주를 이룬다. 초원에서 즐기는 이 독특한 체험은 유약한 도시인들의 감성을 원시적으로 돌려놓기에 충분하다.
또 초원에서 말타기를 경험하는 것도 매력적이다. 몽골에서는 어릴 적부터 말타기를 배우는데 어린아이들조차 유연하게 말을 타는 모습은 신기할 정도이다. 관광객들을 위해 기수가 고삐를 잡고 말과 함께 달리듯 질주하고 이내 익숙해지면 거리낄 것 없는 초원을 신나게 달려보는 재미에 빠질 수도 있다.
말 위에서 보는 초원은 단조로운 정물화가 아닌 동적인 영상처럼 눈앞을 지나가고 초원은 말과 섞여 움직이는 공간으로 변신한다. 마치 현실 속의 내가 아닌 듯 여행자라면 누구나 시간을 거꾸로 거슬러 올라가 옛 유목민의 후예가 된 듯한 착각을 하게 된다. 이런 감정들은 몽골을 여행하면서 내내 느끼는 기분이기도 하다.
여행칼럼니스트 nolja@worldpr.co.kr
●여행정보
○찾아가는 길
우리나라에서 몽골까지 직항편이 있다.
인천에서 울란바토르까지 대한항공(주 2회 월 목 02-2656-2000,www.koreanair.co.kr)과 몽골항공(주 6회 02-756-9761,www.miat.com)이 운항하며 소요시간은 약 3시간 반.
○여행정보
방문 비자가 필요하다. 문의는 주한 몽골 대사관(02-794-1350,www.mongolembassy.com). 몽골의 여름은 6∼8월로 연중 가장 온화한 계절이다. 7월 평균 기온이 북부 산악지대의 경우 15∼20도, 평원과 고비 지역은 20∼25도 정도. 몽골에 관한
일반 정보는 www.mongolschool.com에서 얻을 수 있다.
○기타 정보
매년 7월 11∼13일 몽골 최대의 축제인 나담축제가 열린다. 이 축제는 사회주의 혁명이 달성된 1921년 7월 11일을 기념하기 위해 시작됐다. 지금은 몽골의 전통적인 3대 민속 경기인 말타기, 씨름, 활쏘기대회가 열리는 민속 명절이다. 나담축제를 볼 수 있는 몽골 3박4일 여행상품이 89만9000원이다. 문의는 하나투어(1577-1212, www.hanatouris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