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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리뷰]'브루스 올마이티'…"넌 사는게 행복하니?"

입력 | 2003-07-03 17:48:00

내게 신의 능력이 주어진다면? ‘브루스 올마이티’는 전지전능한 신의 능력을 갖게 된 남자의 행복찾기를 그린 코미디 영화다. 사진제공 브에나비스타 코리아


소원이 다 이루어진다면 세상은 과연 살만한 곳이 될까.

얼굴 근육의 움직임이 ‘특수 효과’ 수준인 배우 짐 캐리의 ‘브루스 올마이티 (Bruce Almighty)’는 신으로부터 전능한 능력을 부여받은 사나이의 행복 찾기를 그린 코미디 영화다. 행복은 꿈의 100% 실현이 아니라 자신의 장단점과 한계를 인정하는 데에서 출발한다는 교훈적 메시지를 전하고 있지만 짐 캐리의 코미디 연기가 설교조로 흐를 수 있는 영화의 몸집을 가볍게 했다.

뉴욕 버팔로의 지방 방송국 뉴스 리포터인 브루스(짐 캐리)는 빵집 주인 이야기같은 사소한 취재거리나 주어지는 게 늘 불만이다. 앵커가 꿈인 그는 불평을 입에 달고 살며 애인 그레이스(제니퍼 애니스톤)에게도 “따분한 일, 집, 인생이 싫다”고 퍼부어댄다.

하늘에 대고 “왜 나만 미워하느냐”고 삿대질을 하던 브루스에게 어느 날 정체모를 번호로부터 호출이 온다. 호출의 주인공은 신(모건 프리먼). 신은 브루스에게 “내 일을 네가 해보라”며 자신의 능력을 빌려 줄테니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보라고 제안한다.

이 영화에서 짐 캐리는 자신의 코미디 연기에 늘 따라다니던 어둡고 사악한 이면의 얼굴을 걷어냈다. 신의 능력을 얻게 된 뒤 기고만장해진 브루스가 달을 끌어당기는 등 신기한 능력을 남용할 때 짐 캐리는 밉지 않은 악동같다. 짐 캐리의 변화무쌍한 표정과 리드미컬한 움직임은 그가 아니라면 누가 저런 연기를 할까 하는 생각을 절로 갖게 한다. 신으로 나온 모건 프리먼과 브루스의 애인 역을 맡은 제니퍼 애니스톤 등 출연진의 연기도 조화롭다.

신이 된 브루스는 계속 귓전에 울리는 사람들의 기도 소리가 귀찮아지자 모든 기도에 “예스”라고 대답해버린다. 그러면 모두 행복해질 것이라고 여겼지만, 천만의 말씀. 세상이 돌아버린다. 복권 당첨을 소망하던 소원이 모두 이뤄져버린 탓에 40만명이 동시에 복권 1등에 당첨되고 1인당 당첨금이 17달러에 불과하자 당첨자들은 폭동을 일으킨다.

브루스는 전능한 능력으로도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깨닫는다. 그는 다시 리포터로 돌아가 “그저 그런 따분한 뉴스, 날 바보로 만들어 남을 웃기는 뉴스”를 계속하며 소박한 뉴스를 전하는 일을 보다 즐겁게 하기 위해 노력한다. 브루스의 이같은 변화는 행복은 일상에서 작은 진보를 이뤄내려는 노력에 있다고 넌지시 일러준다.

특별히 돋보이는 점은 없어도 우등생 수준의 영화. 톰 세디악 감독은 ‘에이스 벤츄라’ ‘라이어 라이어’에 이어 이 영화에서 짐 캐리와 세 번째 호흡을 맞췄다. 12세 이상 관람가. 11일 개봉.

김희경기자 susan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