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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마당]박용옥/북한보다 미국이 더 위험하다?

입력 | 2003-07-03 18:33:00


5, 6월 영국 BBC 방송은 ‘세계는 미국을 어떻게 보나’(KBS 6월29일 방영)라는 특집 프로그램 제작용으로 한국 미국 프랑스 등 11개국 1만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바 있다. 이 조사결과에 의하면, 미국의 조지 W 부시 대통령에 대해서 전체 응답자의 약 3분의 2가 부정적 견해를 보였다. 이 중 한국에서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결과에서 미국과 북한 중 세계평화와 안정에 더 위험한 존재로 북한(39%)보다 미국(48%)을 꼽은 사람들이 더 많았다. 부시 대통령에 대해서는 그럴 수 있다손 치더라도 우리나라에서의 조사결과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우리는 지난 반세기 동안 북한에 의해 자행된 수없이 많은 무력도발과 테러 등으로 고통을 받아왔고, 지금도 공격태세를 완전히 갖추고 있는 북한군을 바로 눈앞에 두고 있는 실정이다. 그리고 북한의 군사위협에 대비하고 전쟁을 억제하기 위해 한미연합 방위체제를 유지하고 있고, 앞으로도 이를 더욱 보완 발전시켜 나간다는 것이 우리 정부의 기본 국방정책이다. 이런 분명한 사실을 두고도 우리나라 사람들 중에 북한보다 미국이 세계평화에 더 위험한 존재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이 기이한 현상을 어떻게 보아야 할까.

우선, 미국과 한미동맹관계에 대한 올바른 현실 인식이 필요하다. 미국은 1950년 6월 25일 북한의 기습남침으로 발생한 6·25전쟁 동안 3만5000여명의 전사자와 10만여명의 부상 및 실종자를 내는 엄청난 희생을 감수하면서 신생 대한민국을 지켜낸 우리의 동맹국이다. 지금도 미국은 북한의 전쟁도발을 억제하는 군사적 ‘억제세력’이며, 우리 정부의 대북 평화번영정책을 뒷받침할 수 있는 정치적 ‘후원세력’인 동시에, 앞으로 동북아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 함께 가야 할 전략적 ‘동반세력’이다. 심지어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도 지금 ‘체제생존’을 미국으로부터 보장받겠다고 안간힘을 쓰면서 북-미 양자대화만을 고집하고 있지 않은가.

또한 지금 전 세계는 북한을 비롯한 소위 ‘불량국가’들의 핵무기 등 대량살상무기 개발을 세계평화에 가장 중대한 위협요인으로 간주하고 있으며, 이의 방지를 위해서는 무력사용도 불사한다는 방향으로 국제여론을 모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6월 개최된 G8 정상회담, 유럽연합(EU) 외무장관 회의,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외무장관회의 등 모든 주요 국제협의체에서는 이미 북한의 핵개발 포기를 강력히 요구했고, 북핵과 관련한 유엔안보리 의장성명 채택도 논의되고 있다. 이러한 국제적 노력들을 주도하는 나라가 바로 미국이다.

우리는 국제관계의 냉혹한 현실과 대세의 흐름을 직시해야 한다. 남북한간에 ‘오순도순 주거니 받거니 하는’ 관계만을 연상하며 한반도 평화를 기대한다면 이는 환상에 불과하다. 국민을 먹여 살리지도 못하면서 강성대국을 꿈꾸는 북한 김정일 정권이 더 위험한가, 우리나라와 인류의 보편적 가치인 자유민주주의 인권 국민복지 등을 공유하는 미국 부시 정권이 더 위험한가. 국민의 올바른 이해와 판단을 위한 정부당국의 근본적 대책이 절실히 요구된다.

박용옥 전 국방부 차관·국방대 초빙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