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과 국가인권위원회가 한바탕 ‘기 싸움’을 벌일 태세다.
인권위는 2월 지난해 일어났던 서울지검 피의자 사망사건을 직권 조사한 후 홍경령(洪景嶺) 전 검사와 9명의 수사관을 불법체포와 감금 및 직권남용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고 수사관 4명에 대해서도 추가수사를 의뢰했다. 이에 대해 검찰이 지난달 말 “(이들이) 혐의가 없다”고 통보해 온 것.
검찰의 통보에 대해 인권위 관계자들은 발끈했다. 특히 검찰 출신의 김창국(金昌國) 위원장은 강력히 대응할 것을 실무자들에게 주문했다는 후문이다.
그러나 문제의 본질은 검찰이 조직폭력배의 인권을 어떻게 보고 있느냐에 있다. 먼저 검찰의 불기소 결정에는 인권과 정의를 수호해야 하는 수사기관의 양식을 의심하게 만드는 대목이 있다. 당시 인권위는 고발장에서 “긴급체포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데도 검사와 수사관들이 적법절차를 위반한 채 피의자를 긴급체포했다”며 “서울지검 특별조사실에서 피의자들이 변호인의 도움을 받거나 체포적부심을 신청할 기회도 없이 외부와 격리됐고 이는 불법체포와 감금, 직권남용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고발 당시 해당 검사와 수사관들이 폭행 및 가혹행위 혐의에 대해서는 이미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직권남용죄로만 고발했던 것.
그러나 검찰은 “체포 당시 긴급체포의 요건이 충족됐으며 체포와 감금에 고의가 없었기 때문에 범죄사실 고지 의무 등 절차를 어긴 것만으로는 기소할 수 없다”는 이유를 댔다. 뒤집어 보면 조폭 수사의 어려움을 이유로 사건 당시 일었던 ‘홍 검사 동정론’에 무게를 실어준 듯도 했다.
수사기관의 긴급체포권 남용은 여러 차례 비판의 도마에 오른 일이 있지만 아직 근절되지 않고 있는 해묵은 과제다. 수사편의만 중시해 절차 위반을 별것 아닌 것으로 여기는 검찰의 인식 자체가 고쳐져야 이 문제도 해결될 수 있을 것이다.
인권위의 한 관계자는 “공무원의 독직 폭행 범죄는 단순한 문제가 아니라 법적인 정당성을 다루는 문제”라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그러나 인권위는 자칫 국가기관간의 ‘샅바 싸움’으로 비칠 것을 우려해 14일 전원위원회에서 최종 방침을 결정하기로 했다.
인권위의 다른 관계자는 “재정신청 또는 항고 등 여러 방안이 있겠지만 구체적으로 정해지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이번 사안을 법적인 관점에서 놓고 보면 검찰이 더 비판을 받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제 식구 감싸기에 치중한 측면이 없지 않기 때문이다. 조폭이라 해도 확정판결이 내려지기까지는 ‘무죄추정을 받는다’는 것을 검찰은 명심해야 한다.
김선우 사회1부기자 sublim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