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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과학]'바퀴벌레'…스멀스멀 나타나는 ‘기분 나쁜 동거자’

입력 | 2003-07-04 17:32:00


◇바퀴벌레/데이비드 조지 고든 지음 문명진 옮김/279쪽 1만2000원 뿌리와이파리

2년 전쯤부터 한 해충방제업체 웹사이트의 게시판이 인기를 끌고 있다. “바퀴벌레에는 왜 바퀴가 없나요?” “친구들이 우리 커플을 잘 어울리는 바퀴벌레 한 쌍이라고 해요. 우리가 아이를 낳으면 바퀴벌레가 되나요?”라는 식의 짓궂은 질문에까지 재기발랄한 유머를 덧붙여 일일이 답변해왔기 때문이다. 덕분에 바퀴벌레는 우리에게 좀 더 친숙해졌지만 주민등록표상에 올라있지 않은 이 숫자 미상의 ‘동거자’에 대해 우리는 아직 의외로 아는 것이 적다.

이 책은 ‘미국인이 가장 싫어하는 동물’ 순위 1위를 기록해온 이 곤충의 생활습관에서부터 이들이 출연한 소설 영화 그림에 이르기까지 ‘바퀴벌레의 모든 것’을 시시콜콜하게 다루고 있다. 지식의 세밀함이나 유머의 차원에 이르기까지 예의 인기를 끈 웹사이트와 비교할 만하다.

“바퀴벌레를 즐겨먹는데 괜찮을까요?”라는 질문에 웹사이트는 “단백질이 풍부하지만 먼저 세균을 제거하고 드십시오”라고 대답했다. 그렇다면 맛은 어떨까? 책의 저자는 바퀴벌레 맛이 새우맛과 비슷하다고 알려준다. 그렇지만 세균 제거만으로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바퀴벌레 알레르기가 없는지 미리 검사를 해보아야 한다. 말린 바퀴벌레는 흔히 건위제(健胃劑)로 차이나타운에서 팔린다.

좀 더 진지한 상식들. 미국인들은 94년 바퀴벌레를 죽이기 위한 살충제 구입비에 2억4000만달러를 지출했다. 바퀴벌레는 머리를 잘라내도 잘 움직이는데 몸 뒤에도 일종의 뇌가 있다는 증거이다. 바퀴벌레 20마리(10쌍)가 7개월 뒤에는 5만마리로 번식할 수 있다.

독자가 가장 관심을 가질 부분은 역시 바퀴벌레 소탕법. 가장 중요한 것은 바퀴가 숨어있을 만한 은닉처를 수색하는 것이다. 바퀴는 자기 몸에 딱 맞는 비좁은 공간에 끼어있기를 좋아한다. 출근길 전철 등 비좁은 공간을 유난히 좋아하는 사람들을 의심해보아야 할지도 모른다. 수분이 많은 환경도 바퀴벌레가 좋아한다. 음식찌꺼기를 좋아한다는 것은 새삼 말할 필요도 없다.

고금의 기상천외한 ‘믿거나말거나’식 바퀴벌레 박멸법도 소개된다. 프랭크 코웬의 ‘곤충사의 기이한 사실들’에는 다음과 같은 방법들이 적혀 있다. “이들 해충에게는 다음과 같이 쓴 편지를 보내는 수밖에 방법이 없다. ‘오, 너는 내게 오랫동안 말썽을 피웠으니 이제는 나가서 내 이웃들에게 말썽을 일으켜라.’ 이 편지는 그들이 무리지어 나타나는 곳에 두어야 하며 봉한 후 다른 이에게 통상적인 편지 형태로 전해야 한다.” “봉투에 바퀴벌레를 몇 마리 넣고 거리에 던져두면 남아 있던 놈들이 동료들을 찾아 나갈 것이다.” “거울을 보여주면 놀라 사라진다” 등.

끝으로 이 책을 읽으면서 듣기에 가장 좋은 음악은? ‘라 쿠카라차’다(‘Cuccaracha’는 스페인어로 ‘바퀴벌레’라는 뜻. 영어의 ‘Cockroach’도 여기에서 유래됐다).

유윤종기자 gustav@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