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차례 한국 씨름을 배우고 싶다고 연락이 왔습니다. 그 열의에 마음이 움직였어요.” 신창건설씨름단 이준희 감독(46)이 파란 눈의 스페인 제자에게 씨름 기술을 전수한다.
외국인으로는 최초로 씨름을 배우기 위해 5일 내한하는 수련생은 후안 에스피노 디에파(23·사진). 스페인의 씨름격인 루차 카나리아 1부 리그팀 알모가렌에서 뛰는 유망주로 1m95, 140kg의 장사다. 디에파는 올 초부터 스페인 교민 신현승씨를 통해 이 감독에게 사사를 요청했다. 그는 앞으로 3개월간 경기 과천시에 있는 숙소에서 신창건설 선수들과 함께 지내며 씨름 기술을 배울 예정.
이 감독은 “루차 카나리아는 손과 다리, 발 기술이 씨름과 유사하다. 우리 씨름 기술이 더 다양하기 때문에 디에파가 배우러 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스페인령 카나리아제도 원주민들의 민속경기인 루차 카나리아는 샅바가 없는 대신 반바지 끝을 잡고 경기를 하는 것만 빼고는 씨름과 똑같다.
루차 카나리아는 1∼3부 리그에 총 64개 팀이 있으며 2만여명의 선수가 소속돼 있는 스페인의 인기 스포츠. 선수도 1∼3급으로 나뉘어 있는데 1급(푼탈A)에 속하는 선수는 평균 연봉만 2억원에 달한다. 씨름의 경우 국내 최고 연봉은 현대중공업의 이태현과 신봉민으로 1억6000만원. 이번에 한국에 오는 디에파는 2급 소속이다.
권순일기자 stt7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