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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음악 전도사’ 재일교포 가수 이정미씨 첫 모국공연

입력 | 2003-07-04 19:02:00

이종승기자


4일과 5일, 재일교포 최초로 한국에서 개인 콘서트를 갖고 있는 가수 이정미씨(45·여·사진). 어떤 이들은 그를 ‘문화 전령사’라 부른다. 한국과 일본의 경계선에 자리 잡은 자신의 정체성을 바탕으로 양국의 문화와 정서를 독특하게 담아낸 노래들을 불러 왔기 때문.

공연마다 두어 곡의 한국 민요를 일본인들에게 전해 온 그는 이번 한국 공연에서도 일본어 노래와 오키나와 등 소수 민족의 민요를 한국에 소개할 예정이다.

1982년 일본 도쿄(東京) 구니다치(國立) 음악대 성악과를 졸업한 그의 원래 꿈은 오페라 가수였다. 재일교포 2세로서 겪어야 했던 가난과 차별을 ‘명성’을 통해 넘어서고자 했던 것.

하지만 대학 시절 우연히 가입한 동아리에서 들은 양희은의 ‘아침이슬’은 그의 삶을 바꿔놓았다. 자신의 사회적 위치와 상황을 다시 보게 된 그는 한국 민주화운동을 지지하는 일본 집회에 참가해 무대에서 김민기의 노래를 불렀다. 자신의 음악적 뿌리를 찾기 위해 민요와 가야금을 익히기도 했다.

그러나 이후 10년 동안 그는 생활고와 개인적 고뇌에 휩쓸려 노래를 멈췄다. 그런 그가 다시 노래를 시작하게 된 것은 일본의 저명 시인 야마오 산세이(山尾三省)의 시 ‘기도’를 들으면서부터였다. 이씨는 “약사여래에게 만인의 아픔을 치유할 것을 청하는 그 시를 듣는 순간 처음으로 노래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온 마음을 채웠다”고 털어놓았다.

이후 그는 10여년간 1년에 100여 차례씩 일본 전역을 돌며 김민기의 ‘아침이슬’ 등 가요를 비롯, 도종환의 시를 일본어로 번역해 곡을 붙인 ‘당신의 무덤가에’, 민요 ‘밀양아리랑’ ‘진도아리랑’ 등 한국적 정서를 담은 노래들을 통해 국적과 출신을 뛰어넘는 ‘어우러짐’의 장을 만들었다.

오랜 꿈이었던 한국 공연을 앞둔 그는 “실로 자유롭고 행복하다”고 말했다. 성공과 명성으로 차별을 뛰어넘겠다는 꿈을 이룬 것은 아니지만 삶을 솔직하게 담은 노래를 통해 일본인들과 진정으로 소통할 수 있게 됐다고 믿기 때문. 그는 “한국 사람들과도 노래를 통해 함께 만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전에는 한국과 일본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다는 것 때문에 괴로워했지만 지금은 두 곳의 고향을 가졌다는 게 기쁘다”며 “나의 노래가 두 곳의 고향을 잇는 다리가 될 수 있다면 정말 좋겠다”고 덧붙였다.

전지원기자 podrag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