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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톡톡인터뷰]한영애 "세상은 예나 지금이나 같아"

입력 | 2003-07-06 17:21:00


한영애(사진)를 만나자마자 크게 바뀐 헤어 스타일부터 화제가 됐다. 20여년간 고수해온 긴 머리가 선머슴애처럼 짧아졌다. 지난해 10월초 공연이 끝난 뒤 깎았다고 했다. 그는 “그냥”이라고 짧게 말하며 구구한 해석을 일축했다. 다만 이 스타일로 해서 올드 팬과 뉴 팬이 구분된다고. 놀라는 이들은 올드 팬이고 그렇지 않은 이들은 뉴팬이라고 그는 말한다.

그는 이번 새음반에서 파격적인 시도를 선보였다. 한국 대중 가요의 출발점인 윤심덕의 ‘사의 찬미’(1926년)를 비롯해 ‘목포의 눈물’(이난영·1935년) ‘애수의 소야곡’(남인수·1938년) ‘굳세어라 금순아’(현인·1953년) 등 트로트를 리메이크했다. “새 음반 작업의 수확은 내가 겸손해졌다는 것입니다. 하면 할수록 선배가수들의 깊고 흐트러짐없는 목소리와 올곧은 음악 정신에 매료됐어요. 시작할 때 그렇게까지 생각지 않았는데. 머리를 깎은 이유의 20%쯤은 그것을 제대로 소화해낼 수 있을까에 대한 두려움입니다.”

취입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당시 정서를 복각해내는 것. 이난영(목포의 눈물) 등 선배 가수들의 목소리에 담긴 정서를 온전히 흉내낸다는 게 불가능함을 실감했다특히 이 노래들의 멜로디들은 매우 조밀해 현대적인 반주가 끼어들 틈을 주지 않았다.

“그래서 기교를 최대한 배제하고 단순하게 불렀어요. 하나의 노래에 여러 편곡을 두고 고민하다가 역시 옛 것의 느낌이 가장 좋다는 게 제작진의 판단이었습니다.”

그래도 한영애가 부르는 ‘목포의 눈물’ ‘애수의 소야곡’ 등은 축음기 시절의 느낌과 다를 수밖에 없다. 전주나 반주 부분은 재즈 등 현대적인 분위기여서 원곡에 비해 낯설고 한영애 특유의 각진 허스키 창법이 구성진 트로트가 아니라 씩씩한 트로트를 연상시킨다.

한영애는 이번 수록곡에 대해 많은 ‘연구’를 했다. 그는 “노래가 삶의 반영인데, 그것을 찬찬히 들여다보면 세상살이가 예나 지금이나 다를 게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트로트 리메이크 음반의 계기는 1999년 ‘난. 다’ 음반에 백설희 선배의 ‘봄날은 간다’를 리메이크한 것. 이후 공연에서 이 노래를 부르면 객석의 호응이 커졌고 한영애는 지나가는 말로 “트로트를 배워보겠다”고 자주 말했다.

그는 “이제서야 숙제를 마친 기분이고 어떤 음악을 해도 자유롭고 홀가분할 것 같다”며 “트로트에 대한 왜색조 논란이 있지만 그것이 우리 문화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영애는 ‘트로트 리메이크 음반’출시를 맞아 11일 오후 7시반, 12일 오후 7시반 서울 성균관대 새천년홀에서 공연을 펼친다. 02-3141-2706

허 엽기자 he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