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헌종 교수가 축농증 환자에게 코 모형을 보여주며 환자의 증세와 수술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권주훈기자 kjh@donga.com
성균관대 의대 삼성서울병원 이비인후과 동헌종 교수(45)는 코 분야의 세계 최고 학술지인 미국 비(鼻)과학회지의 편집위원으로 위촉됐다.
그는 98년 유럽 코과학협회 국제심포지엄 최우수 비디오 논문상, 99년 미국 이비인후과학회 정기학회 재단학술상을 받는 등 국제적으로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
동 교수는 뇌하수체 종양, 갑상샘항진증 때문에 눈이 튀어나온 질환, 뇌척수액이 코로 나오는 질환 등을 코 내시경으로 치료하는 등 ‘국내 최초’의 행진을 이어왔다.
그러나 그를 아는 사람들은 “동 교수의 진면목은 세계적인 평가도, 국내 최초의 행진도 아니다”면서 “환자에 대한 정성과 자신에 대한 철저함이 더 큰 자산”이라고 평가한다.
동 교수는 ‘비상사태’가 아니면 매년 자신이 수술한 환자 500여명을 퇴원 전에 만나 병세에 대해 설명한다. 환자가 조금이라도 빨리 부작용 없이 회복하도록 수술에 완벽을 기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대표적 코 질환에는 어떤 것이 있나.
“비염, 축농증(코곁굴염), 비중격만곡증 등을 들 수 있겠다. 우리 병원 수술 환자는 축농증이 70∼80%, 비중격 만곡증 10%, 비염 등의 코성형술이 20%를 차지한다. 비염은 콧속 양쪽에 3, 4개씩 볼록 튀어나온 콧살이 염증으로 붓는 것이다. 알레르기 비염, 비후 비염 등이 있다. 축농증은 얼굴 안에 양쪽으로 4개씩 있는 공간인 코곁굴에 고름이 찬 것이며 비중격만곡증은 코를 두 개의 공간으로 나누는 칸막이가 휜 것이다.”
―많은 비염 환자들이 잦은 재발을 이유로 치료를 받지 않는데….
“알레르기 비염 환자 중에는 완치가 안 된다며 치료를 꺼리는 사람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증세가 생길 무렵에 최소한의 약을 먹으면서 병을 ‘관리’하면 삶의 질이 개선된다. 항히스타민제를 먹는 약물요법과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물질에 접촉하는 것을 피하는 ‘회피요법’으로 치료한다. 비후 비염의 경우 콧살은 가능하면 보존해야 한다. 콧살이 적으면 공기가 잘 통해 코가 시원해질 것으로 아는 사람이 있지만 콧살은 코로 들어오는 숨의 온도, 습도, 흐름 등을 조절하기 때문에 함부로 없애서는 안된다. 우선 약물 요법으로 치료하고 성과가 없으면 콧살을 레이저로 살짝 태우는 수술을 한다. 콧살 점막 안의 뼈까지 부었을 경우 점막을 들어올리고 뼈를 잘라내야 한다. 많은 환자들은 코가 막히지만 누런 콧물이 안나오면 약국에서 혈관 수축제를 사서 쓴다. 그러나 혈관수축제를 오래 쓰면 약이 잘 안 듣고 부은 상태가 지속되는 약물 중독성 비염으로 악화될 수도 있다.”
―비중격만곡증과 축농증의 치료법은….
“뼈가 휘었을 때엔 휜 부분을 잘라낸다. 연골이 휘었을 경우 연골의 위아래 일부를 잘라낸 다음 코 점막을 들어올리고 연골에 철망 모양으로 칼자국을 내어서 탄력에 의해 휜 연골이 정상으로 되돌아오도록 한다. 축농증은 급성일 경우 약물치료가 우선이며 만성이라도 약물치료를 시도해 보고 치료가 안 되면 수술한다. 요즘엔 내시경 수술의 도입으로 치료 성과가 극적으로 좋아지고 있다. 수술은 코곁굴의 고름을 제거하고 정상 점막은 놓아두고 상한 점막만 제거하는 것이다. 그러나 극소수 환자는 수술 부위에 내시경 기구가 닿지 않아 입안을 찢고 수술해야 한다. 축농증 환자 중 천식이 함께 있거나 혈액 속에 호산구라는 백혈구가 많은 사람은 수술이 완벽해도 재발한다. 왜 그런지, 또 이들의 재발을 막을 방법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요즘에는 ‘여름 비염’ 환자가 많다는데….
“찬 날씨에 과민한 사람은 에어컨 바람 때문에 실내 공기가 차지면 코 안이 붓고 콧물, 재채기로 고생한다. 이것은 알레르기 비염과는 다른 것이다. 겉옷을 준비하고 있다가 실내에서 입는 등 체온을 잘 관리하면 문제에서 벗어난다. 증세가 심하다면 항히스타민제나 뿌리는 스테로이드 제제를 이용하도록 한다.”
―동 교수는 냄새를 못 맡는 후각장애도 치료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후각장애는 삶의 질을 훼손한다. 혼자 사는 경우 가스, 상한 음식 등의 냄새를 못 맡으면 사고가 날 수도 있다. 알레르기 비염, 콧속 물혹, 축농증 등의 질환이 있으면 후각장애가 생기는데 이는 원인 질환을 치료하면 대부분 좋아진다. 후각세포가 손상된 경우 잘 낫지 않으며 일종의 재활운동을 받아야 한다. 주부는 음식 간을 못 맞추므로 조미료나 소금 등을 정량 투여하는 등 요리 습관을 바꿔야 한다. 또 음식물은 랩에 날짜를 써서 보관하고 가스 밸브를 꼭 확인해야 한다.”
―일반적은 코 건강법에 대해 말해 달라.
“축농증과 비후 비염은 대부분 감기 때문에 생기므로 손을 항상 깨끗이 씻어 감기를 예방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알려진 것과 달리 엎드려 책을 본다고 축농증에 걸리지는 않는다. 약국에서 식염수를 산 뒤 매일 코를 씻어주면 콧병 예방에 좋다. 코로 들여마신 뒤 코로 내보내거나 목 뒤로 넘긴 다음 입으로 내뱉으면 된다. 소금물을 벌컥 삼키면 귀로 통하는 관이 열려서 귀에 염증이 생길 수 있다. 또 죽염이나 홍화씨를 이용한 세척은 되레 코점막을 손상시킬 수 있으므로 피하는 것이 좋다.”
이성주기자 stein33@donga.com
▼코 질환 치료의 명의들▼
섬모운동 주파수 측정 특허
▽이철희(49)=코종양 등 다양한 코 질환에 대해 연구하고 있으며 생체 내 섬모운동의 주파수 측정 장치 및 방법에 대한 특허를 갖고 있다. 1996년과 2003년 대한이비인후과학회의 석당학술상, 석당우수논문상을 각각 수상했다. 대한비과학회와 대한이비인후과학회의 기둥 역할을 하고 있으며 지난해 ‘국제 알레르기 비염에 대한 기초적 연구 심포지엄’의 회장을 맡았다.
축농증 재발-악화 원인 규명
▽노환중(44)=비염, 축농증뿐 아니라 콧속과 코곁굴의 종양도 내시경 시술로 높은 치료율을 기록하고 있다. 항생제에 반응이 없는 축농증 치료 방법, 축농증을 재발 또는 악화시키는 원인의 규명, 알레르기 비염을 유발하는 신경전달물질의 발견 등에 몰두하고 있다. 미국 MD 앤더슨 암센터 기획연구원, 베일리의대 객원연구원, 클리블랜드클리닉 교환교수 등을 역임했다.
코-후두 새수술법 잇단 개발
▽윤주헌(46)=일본 가고시마대와 미국 국립환경보건연구소(NIEHS)에서 각각 2년 동안 연수하면서 실력을 닦았으며 미국 국립보건원에서 연사로 초빙받을 정도의 실력자. 세계 최초로 사람 코점막 상피세포를 분리, 배양하는 데 성공했으며 코와 후두에 대한 새로운 수술법을 잇따라 개발했다. 대한이비인후과학회의 석당학술상, 한국과학기술총연합회의 우수논문상 등을 수상했다.
어려운 환자 무료수술 앞장
▽조중생(54)=세계면역학회에서 인정하는 국제알레르기비염 기초연구회(ISBAAR)의 창립자로 현재 국제알레르기 연구회 회장. 수술과 면역치료에 의한 알레르기비염 치료의 최고권위자로 알려져 있으며 만성 축농증의 치료에 비내시경 수술과 더불어 장기 소량 항생제요법을 국내 최초로 도입했다. 월 2회 이상 무료진료를 하며 형편이 어려운 환자의 무료수술에도 앞장서고 있다.
알레르기 비염 - 코성형 연구
▽이봉재(51)=미국 존스홉킨스 의대 알레르기센터에서 알레르기성 코 질환을 체계적으로 연구했으며 풍부한 임상경험과 원칙적 진료가 장점이다. 알레르기 클리닉을 운영하면서 ‘알레르기 비염의 원인 물질 규명’에 몰두하고 있다. 최근에는 ‘코 성형’에 관한 치료에도 관심을 가지고 있다. 현재 대한비과학회, 대한 천식 및 알레르기학회 이사 등을 맡고있다. 학회활동도 활발하다.
코골이 레이저 수술법 도입
▽이정권(52)=1993년 코골이 치료에 레이저 수술법을 도입하는 등 코골이, 알레르기 비염, 어린이 코 질환 등에 여러 치료법을 도입하거나 개발했다. 일본 가고시마대 이비인후과와 구마모토대 알레르기연구소에서 실력을 닦았으며 ‘코가 잘생긴 코 질환 명의’로 잘 알려져 있다. 대한비과학회 회장, 대한알레르기학회 총무 등을 역임하면서 학회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
난치성 코 염증 치료법 개발
▽이상학(46)=코 질환 중 만성축농증과 함께 발생하는 물혹의 원인을 규명하는 연구와 물혹의 발생 억제 요인에 대한 연구를 주도하고 있다. 1989년부터 심한 코 기형 환자의 형태와 기능을 한번에 회복시키는 ‘외비접근법적’ 수술을 500건 이상 시행했으며 난치성 코염증에 대한 임상 연구와 치료법 개발 등에 매진하고 있다. 현재 대한비과학회 학술이사를 맡고 있다.
매년 코 성형술 워크숍 개최
▽장태영(50)=만성 부비동염의 내시경수술뿐만 아니라 비강종양, 알레르기성 비염 등 여러 비강 질환의 내시경 수술에 대한 연구 및 보급을 주도하고 있다. 국내 최초로 매년 코 성형술 워크숍을 개최하면서 한국인에 적합한 새로운 수술법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대한이비인후과학회, 대한비과학회 학술이사를 역임했으며 대한 알레르기학회 상임이사, 세계비과학회 기획위원장직을 맡고 있다.
20년 넘게 1만 5000여명 수술
▽민양기(56)=1979년부터 지금까지 무려 1만5000여명의 축농증, 비염 환자를 수술하며 이 분야 학계를 이끌어온 대가. 1990년 축농증 내시경 시술, 93년 레이저 수술 및 축농증 분쇄 흡인 수술을 시작했다. 93년 대한비과학회, 96년 아시아비과학회를 창립했으며 현재 국제비강감염 알레르기학회 회장, 대한 천식 및 알레르기학회 이사장 등을 맡고 있다. 국제 학술지에 91편, 국내 학술지에 196편의 논문을 발표했다.
축농증 내시경 수술 첫 도입
▽박재훈(63)=1989년 국내 최초로 축농증 내시경 수술을 도입해 현재까지 2만명에 가까운 환자를 수술했지만 심각한 합병증이나 부작용이 한 명에게도 없었다. 미국이비인후과학회, 세계비과학회에 초청받는 등 활발한 국제 활동을 펼쳐오고 있다. 현재 1995년 하나이비인후과를 개원했으며 매년 ‘하나 비과학 심포지엄’ 및 ‘하나 부비동 내시경수술 워크숍’을 개최하여 국내 이비인후과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
▼어떻게 뽑았나▼
코 질환 분야의 베스트 닥터로는 성균관대 삼성서울병원 동헌종 교수와 서울대병원 이철희 교수가 공동 선정됐다.
이는 전국 17개 대학병원의 이비인후과 교수 59명에게 △자신의 가족에게 코 질환이 있을 때 진료를 부탁하고 싶고 △최근 3년 동안 진료 및 연구에서 뛰어난 활약을 보인 의사를 5명씩 추천받아 집계한 결과다.
동 교수는 2000년 베스트 닥터의 건강학, 2001년 베스트 중견의사에 이어 이번에도 1위를 차지했다.
이번 조사에서는 2000년 조사에 비해 40대 후반에서 50대 초에 이르는 중견 의사들이 상위권으로 올라서 세대교체의 조짐이 감지됐다.
또 하나이비인후과는 개원가에서 이례적으로 3명의 명의를 리스트에 올려 눈길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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