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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석재현-김정훈에 너무 다른 대접

입력 | 2003-07-08 18:41:00


정부가 민주당 의원인 김운용(金雲龍)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의 아들 정훈(45·미국명 존 킴)씨 석방을 위해 적극 나선 것과 관련해 형평성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그동안 해외에 구금 중인 다른 국민에 대해서는 소극적 태도를 보였던 정부가 유독 정훈씨 문제에 대해서만 발 벗고 나섰기 때문이다.

정부가 소홀하게 대처해 온 대표적인 사례는 1월 중국 산둥(山東)성 옌타이(煙臺)에서 탈북자 지원 혐의로 체포된 석재현씨(33·뉴욕 타임스 프리랜서 사진기자) 사건. 석씨는 해상탈출을 시도하던 탈북자들을 취재하다 중국 당국에 체포돼 징역 2년형을 선고받았지만 정부는 이 문제에 대해 방관해 왔다. 오히려 미국을 비롯한 다른 나라와 외국 언론들이 석씨의 석방을 요구하고 있지만 우리 정부는 “석씨 사건은 중국 국내법 절차에 따라 이뤄진 것이어서 우리 정부가 간여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며 소극적으로 대응해 왔다.

또 2002년 4월 체포된 최봉일 목사를 비롯해 현재 8명이 중국 정부에 의해 구금돼 있지만 정부는 이들의 석방을 위한 노력을 거의 하지 않고 있다.

반면 외교통상부는 김 위원이 아들 석방을 위해 고위 관계자를 불가리아에 파견해 달라고 요청하자 북핵 문제의 실무 사령탑인 이수혁(李秀赫) 차관보를 불가리아에 보내기로 결정했다. 외교부 안에서는 7일 열린 한중 정상회담에서 북핵 관련 회담 형식을 놓고 ‘확대다자회담이냐, 당사자 대화냐’하는 혼선을 빚었던 것도 이 차관보가 정훈씨 문제에 매달린 것과 무관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도희윤 피랍탈북인권연대 사무국장은 “정부가 인도적인 활동을 하는 힘없는 국민은 방치하면서, 자기 지위를 이용해 압력을 행사한 사람에게는 힘없이 끌려가는 것을 보고 울분을 참을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방중을 수행중인 윤영관(尹永寬) 외교통상부 장관은 7일 리자오싱(李肇星) 중국 외교부장과 만나 “석씨 문제는 법적으로는 위법이 될지 모르나, 동기는 순수한 것이었다”면서 뒤늦게 선처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영식기자 spea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