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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마당]정진용/예산정책처 출범…'강한 국회' 기대

입력 | 2003-07-10 18:35:00


7월1일 만시지탄의 감은 있지만 국회가 제헌국회 이래 풀지 못했던 숙원을 드디어 이뤘다. 1년여의 산고 끝에 ‘국회 예산정책처’ 신설 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우리도 선진 의회의 모범적인 기구로 여겨지던 재정통제 전문 지원기구를 갖게 된 것이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일반인에게는 다소 낯설겠지만, 국회 구성원이나 의회 전문가들에게는국회사에 획을 그을 정도로 중요한 제도개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서구 의회사에서 알 수 있듯이 의회와 재정통제는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1628년 영국의 권리청원에서 주장된 ‘대표 없이 조세 없다(no taxation without representative)’는 과세원칙은 의회 본연의 임무가 국가의 재정통제에 있음을 확인하고 있다. 우리 헌법도 국회에 예산안 심의 확정권과 결산 심사권 등 재정통제 권한을 부여하고 있지만 지금까지 형식적 심사에 치우치고 있다는 비판을 받아 온 게 사실이다. 특히 1997년 외환위기 이후 국가재정의 건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재정에 대한 보다 엄격한 국민적 감시와 통제가 요구되어 왔다.

제16대 국회 후반기 박관용 국회의장은 취임사에서 우리 국회가 ‘강한 국회’ ‘열린 국회’ ‘국민의 국회’로 변화할 것을 촉구했다. 삼권분립의 한 축(軸)으로서 입법부의 독립성과 전문성이 담보되는 ‘강한 국회’, 지식정보 및 세계화시대에 부응해 국회의 역량을 국제적으로 교류·결집시키는 ‘열린 국회’, 그리고 국민을 주인으로 섬기며 국민의 신뢰를 얻기 위해 국민 편에서 일하는 ‘국민의 국회’로 거듭나는 것이 그 내용이다.

입법부 본연의 위상을 갖춘 강한 국회는 전문성이 뒷받침되지 않고서는 결코 성취될 수 없다. 입법 지원 기능이 선진 주요 의회와 견주어 손색이 없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입법 지원 기능이 영역별로 전문화되어 경쟁력을 갖추어야 한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바로 입법 지원 기능 전문화 및 21세기 국회 선진화의 토대 마련을 위해서도 필요한 것이다.

국회 예산정책처가 모델로 한 미국 의회의 CBO(Congressional Budget Office)는 우리보다 30여년 앞서 설립됐고, 조직이 안정되기까지 상당 기간이 걸렸다. 하지만 겨우 지금 첫걸음을 떼는 우리는 시간의 간극을 뛰어넘어야 한다. 110조원이 넘는 국가예산을 박사급 50여명을 포함한 전문가들이 365일 감시하고, 국회의원들의 요구에 맞는 ‘맞춤형 재정통제 지원서비스’를 항상 적기에 제공하게 될 것이다.

예산결산 및 기금의 연구와 분석, 법률안 소요비용 추계, 국가 주요 사업에 대한 분석과 평가 등 구체적 업무들을 통해 국민의 세금이 어떻게 쓰이는지 감시함으로써 국가 재정운용의 효율성을 높이고 국부 손실을 줄일 것이다.

나아가 국회와 행정부간 상호견제와 감시를 통해 ‘견제와 균형(check and balance)’을 실현하고 국회의 재정통제권을 실효성 있게 행사함으로써 실질적인 의회민주주의를 정착시키는 데 기여하게 될 것이다. 물론 이로 인한 궁극적 혜택은 국민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믿는다. 3개월 뒤 힘차게 출범할 국회 예산정책처에 국민의 폭넓은 이해와 지지, 뜨거운 성원을 기대한다.

정진용 국회 사무처 입법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