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으로 자동차 생산은 줄어들었는데 재고량은 눈덩이처럼 늘어나고….”
현대자동차는 10일 노조원 중 주간조가 오후 2시부터 3시간 부분파업을 벌이는 바람에 차량 3443대를 생산하지 못해 460억원의 매출손실을 입었다. 부분파업을 시작한 지난달 20일 이후 이날까지 생산 차질대수는 모두 4만7151대(매출손실액 6229억원).
경찰과 울산지방노동사무소 관계자는 “생산차질 대수가 이처럼 많을 경우 예년 같으면 회사 측이 안절부절 못했지만 올해는 그런 기색이 별로 느껴지지 않는다”고 밝혔다.
내수(內需) 부진을 겪고 있는 와중에 국회에서 특소세 인하 법안 처리가 지연되면서 차량 재고가 늘어나고 있어 회사 측이 ‘노조와의 협상에 급할 것이 없다’는 마음을 갖게 됐다는 것이다.
한국자동차공업협회가 집계한 국내 완성차 5개사의 재고물량은 9일 현재 총 11만4140대로 자동차 산업이 가장 어려웠던 1997년 6월(13만대)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올 재고물량 가운데 현대가 6만대로 가장 많고 다음이 기아차(3만8000대) GM대우차(7500대) 등이다.
산타페와 아반떼 등을 주로 생산하는 울산공장도 10일 현재 재고량이 1만8000대로 평소의 1만대를 80%나 초과된 상태다.
전국의 출고센터 등으로 신차를 최대한 분산시켰지만 늘어나는 재고물량을 감당할 수 없어 현재 사내 도로 곳곳에도 주차시켜놓고 있다.
한편 노조는 10일 중앙쟁대위 속보를 통해 “사측이 아직도 전향적인 자세를 보이지 않으면서 교묘하게 시간끌기와 버티기로 조합원의 진을 빼는 작전을 구사하고 있다”고 회사 측의 ‘느긋한’ 협상자세를 비난했다.
노조는 16일 오전 8시부터 아산과 전주, 판매본부 등 전국 조합원들이 울산공장에 집결한 가운데 ‘성실교섭 촉구 울산 총력투쟁대회’를 갖기로 했다.
이에 대해 회사측은 “내수용 차량은 재고가 늘었지만 수출용 차량은 재고가 거의 없다”며 “파업이 장기화될 경우 수출에 막대한 타격이 예상되기 때문에 조기 타결을 위해 노조 측과 성실하게 협상에 임하고 있다”고 밝혔다.
울산=정재락기자 rak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