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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과학]'화석, 지구 46억년의 …' 화석의 모든것

입력 | 2003-07-11 17:26:00

길다란 눈이 온전히 보존된 삼엽충 ‘아사푸스 코발레브스키’ 화석. 이 정도로 원형을 유지한 화석은 모든 화석 애호가가 탐을 낼만한 ‘꿈의 수집품’에 속한다.사진제공 시그마프레스


◇화석, 지구 46억년의 비밀/송지영 지음/645쪽 4만7000원 시그마프레스

생명의 연대기를 품고 있는 생생한 타임캡슐인 화석. 사라진 지질시대와 생물에 대한 지식을 전해줄 뿐만 아니라 아득한 과거에 대한 상상력을 불러일으키는 매력적인 수집품이기도 하다.

5년째 화석에 푹 빠져 있는 현역 종합병원 성형외과 과장이 화석의 발굴 및 복원방법, 화석 연구의 역사, 위조화석 감별법, 관련 학문의 역사 등 화석의 모든 것을 전면 컬러화보로 엮었다. 공룡 조류 포유류 등의 진화단계 유형을 골격에 따라 구분하는 등 전문적인 정보와 화석 수집의 체험담 등 개인적인 정보를 망라해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다. 책 말미의 200여쪽은 사전식 ‘화석도감’으로 엮었다. 삼엽충만 70여종을 컬러화보와 함께 모은 상세한 내용이 경탄을 자아낸다.

먼 옛날의 생물이 우리 눈앞에 화석으로 모습을 보이기까지는 까다로운 과정이 필요하다. 죽은 뒤 다른 동물에게 먹히거나 박테리아에 분해되기 전에 빨리 진흙, 화산재, 모래 등에 덮여야 한다. 그 뒤 몸속의 혈관 등 미세한 부분들에 광물질이 스며들어 석화(Petrification)되거나 수분이 빠져나가 미라화돼야 한다. 때로 시체는 분해되고 그것을 덮고 있던 광물질만이 ‘떡살’처럼 죽은 자의 자취를 간직하는 경우도 있다. 동물이 걷거나 기어 다닌 자국도 ‘생흔화석’으로 취급된다.

같은 시대 같은 종(種)의 화석이라도 가치가 다 똑같은 것은 아니다. 연마처리를 하는 등 원형이 훼손될 정도로 가공하거나 여러 표본을 한곳에 모아 붙여놓은 화석은 높이 평가받기 어렵다. 심지어 돌을 가공해 화석처럼 만든 가짜도 많으니 주의해야 한다는 것.

미국 고생물학회 회원이기도 한 저자는 현직 의사답게 8장에서 화석 생성과정에 법의학적 지식을 동원해 눈길을 끈다. 소형 공룡인 코엘로피시스의 화석 뱃속에서 새끼의 골격이 발견됐다. 임신 말기였을까. 자세한 조사 결과 새끼의 골격은 태내의 것으로는 너무 컸고 뼈가 탈골되거나 부러져 있었다. 결국 작은 골격은 동족에게 잡아먹힌 새끼 코엘로피시스로 밝혀졌다.

유윤종기자 gustav@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