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뜸했던 화성 탐사가 다시 활기를 띠고 있다. 최근 유럽 우주국(ESA)과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잇따라 세 개의 우주선을 화성으로 보내 화성생명체 탐사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최근 화성은 지구에 접근하고 있어 8월 27일경이면 지구와의 거리가 5576만km까지 줄어든다. 이것은 태양과 지구 사이 거리의 3분의 1에 해당하며, 화성이 이렇게 가깝게 접근하는 것은 약 6만년 만의 일이다.
ESA는 6월 2일 마스 익스프레스호를 러시아 로켓으로 카자흐스탄에서 화성을 향해 발사했다. 이 우주선은 6개월간 4억km를 비행해 12월 화성 궤도에 도착한 뒤 크리스마스날 착륙선 비글 2호를 화성에 착륙시켜 생명체의 존재 여부를 탐사할 예정이다.
NASA 역시 쌍둥이 우주선인 화성탐사로버(MER) A와 B를 화성으로 보냈다. 화성탐사로버A는 6월 9일, B는 7월 7일 각각 지구를 떠났다. 이들은 7개월간의 긴 여행 끝에 내년 1월 화성에 착륙해 화성 표면을 돌아다니면서 생명체를 찾게 된다.
‘화성 생명체’ 또는 ‘화성인’의 이야기가 나온 것은 참으로 오래 전의 일이다. 1877년 이탈리아의 천문학자 조반니 스키아파렐리가 화성 표면에서 직선의 줄무늬를 발견했고, 이것이 뒤에 운하로 알려지면서 화성인의 존재가 관심사로 떠올랐다. 19세기 말에는 구한말 우리나라에서 외교관으로 근무한 바 있는 미국의 천문학자 퍼시벌 로웰이 화성의 운하 지도를 발표하면서 화성인의 존재 가능성은 더 높아졌다. 비슷한 시기 화성인의 지구 내습을 다룬 ‘우주전쟁(The War of Worlds)’이란 H G 웰스의 소설이 극화돼 방송되면서 화성인에 대한 공포가 20세기 초 지구를 휩쓸기도 했다.
우주개발이 시작되면서 화성의 직접 탐사가 이어졌다. 미국은 1965년 매리너 우주선을, 그리고 구소련은 1971년 마르스 우주선을 필두로 화성 탐사를 시작했다. 그러나 본격적인 화성 생명체 탐사는 1976년에 보낸 탐사선 바이킹1, 2호에 의해서였다. 이 우주선들은 화성 표면의 각기 다른 지점에 연착륙한 뒤 토양을 분석해 생명체 유무에 관한 실험을 했다. 그러나 생명체 발견에는 성공하지 못했다.
바이킹 이후에도 화성 탐사는 미국에 의해 계속돼 1997년에는 글로벌 서베이어호가 화성궤도에 진입해 화성의 지형을 탐사했다. 한 달 뒤에는 패스파인더호가 화성 표면에 연착륙해 서저너라는 로봇으로 하여금 표면을 이동하면서 탐사케 했다. 2001년에는 마르스오디세이호가 화성 궤도에 진입했다. 이 우주선들은 화성의 남반구 지하에서 거대한 얼음 저수지와 남북극에서 얼음을 각각 발견했다. 화성 지하에는 물이 풍부할 것이라는 정황도 얻어냈다. 이러한 결과는 화성이 물질대사를 지원해 주는 에너지 자원 등 생명체가 살아갈 만한 환경을 갖추고 있다는 증거를 나타낸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아직 화성 생명체에 대한 확실한 증거는 발견되지 않고 있다.
이번에 발사된 비글 2호는 영국의 생물학자 찰스 다윈이 종의 기원을 찾기 위해 승선했던 배의 이름을 따서 명명했다. 무게가 33kg이고 폭이 약 1m인 비글 2호는 센서, 카메라, 실험실, 현미경, 암석분쇄기, 화성 토양을 1.5m 깊이까지 팔 수 있는 표본수집 팔 등을 갖췄다. 대기 중의 탄소 12와 13의 동위 원소비를 측정해 생명체의 유무를 판단하고 로봇팔로 땅 속에 숨어 있는 생명체도 발견할 수 있다.
NASA의 화성탐사로버들은 서로 화성의 반대편에 착륙하게 된다. 키 1.5m, 무게 180kg인 이 로버들은 90일 동안 1km를 움직이며 많은 실험을 한다. 암석을 가는 그라인더, 땅을 파는 기구, 분광계, 그리고 현미경 등이 달려 있는 로봇팔은 토양을 분석하고 미생물 화석의 사진을 촬영해 생명체의 증거를 찾아낼 것이다.
6, 7개월 뒤 이 우주선들이 어떤 결과를 보내올지 기대된다. 만일 화성에 생명체가 발견된다면 생명의 기원을 비롯한 우리의 과학 지식체계가 바뀌는 것은 물론, 인간이 여러 방면에서 받을 충격이 실로 엄청날 것으로 전망된다.
민영기 한국과학문화재단 석좌연구위원·천문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