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상원이 최근 탈북자들의 미국 망명과 난민지위 신청 및 정착을 돕는 북한난민 구호법안을 통과시킨 것은 우리를 부끄럽게 한다. 북한 인권문제에서 ‘제3자’인 미국이 우리보다 더 큰 관심을 쏟고 있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이기 때문이다. 이러다가 이 문제에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해온 우리 정부가 국제사회에서 비웃음이라도 받지 않을까 걱정된다.
북한 인권에 대한 미국의 관심은 정부와 민간 가릴 것 없이 높다. 미 국무부는 지난 1년간 한국의 관련 민간단체에 25만달러를 지원했고, 미 의회는 올해 예산 1000만달러를 북한 인권상황 개선에 사용할 것을 국무부에 권고했다. 지난달엔 미국의 10여개 종교·인권단체들이 북한의 자유와 인권 신장을 위한 ‘북한자유연합’ 결성을 추진하고 있다는 소식도 있었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미국의 움직임을 ‘대북압박용’으로 해석하지만 인류 보편의 가치인 인권에 대한 관심을 그렇게 사시(斜視)로만 볼 것은 아니다.
미국에 비하면 우리 쪽 분위기는 한마디로 실망스럽다. 최근 국내 북한 인권 관련단체들은 이달 초 국회가 채택한 북한 인권개선 촉구결의안에 반대표를 던진 의원들을 비난하는 항의 서한과 성명을 잇달아 발표했다. 아직도 우리 내부에는 북한 인권에 대한 상반된 시각이 대립하고 있다는 얘기다. 하루빨리 해소되어야 할 북한 인권문제를 놓고 소모적인 갈등이 계속되는 것은 유감스러운 일이다.
인권은 모든 논리에 우선하는 절대적 가치다. 인권문제는 또 북한의 변화를 검증할 수 있는 실질적인 잣대이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 정부와 우리 사회 일각에서 북한 인권문제를 외면하는 것은 인류의 보편적 가치에서든 정책적 차원에서든 잘못이다.
정부는 이제부터라도 북한 인권 개선을 위해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 정부가 인권문제를 적극 내세운다면 대북정책의 실효성을 한층 높이면서 안팎의 여론도 긍정적인 방향으로 돌리는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