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 박사’ 김종선 교수가 ‘측두골 해부실습 연수회’에서 젊은 의사들에게 대형 모니터로 수술장면을 보여주며 수술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권주훈기자 kjh@donga.com
서울대병원 이비인후과 김종선 교수(61)는 지난주 눈코 뜰 새 없이 바삐 지냈다.
그는 매일 전국에서 몰려드는 환자들을 치료하는 한편 아침부터 밤까지 전국의 전공의와 젊은 전문의들을 대상으로 ‘제 35차 최신 이과 수술 측두골 해부 실습 연수회’를 열었다.
김 교수는 1992년 젊은 의사들이 귀뼈가 없어 수술 훈련을 할 수 없는 현실을 절감, 백방에서 귀뼈를 구해와 ‘공부 자리’를 마련했다. 그리고 지금까지 12년 동안 연인원 840여명의 ‘제자’들을 길러냈다.
그는 지난해 별세한 김홍기 박사의 아들로 대를 이은 이비인후과 명의로 유명하다.
김 교수의 선친은 대한이비인후과학회 초대 이사장을 지낸 이 분야의 태두였다. 고인은 1968년부터 11년 동안 서울대병원장을 지내며 현재 이 병원의 기틀을 다진 주인공이기도 했다. 그는 병원장 재직 시절 세부 전공제를 도입했다. 이를테면 이비인후과에서 코, 귀, 목 분야 세부 전공을 나눠 의사를 유학 보냈다.
김 교수는 귀 분야에 파고들어 이 분야 학문을 국내에 뿌리내렸다. 그는 1988년 인공 달팽이관 이식 수술에 성공한 ‘1세대’로 지금까지 330여명에게 이 수술을 시행했다. 그리고 귀의 각종 신경에 관한 학문인 ‘신경이과학(神經耳科學)’, 귓속 뇌바닥에 있는 종양이나 염증을 제거하는 ‘두개저(頭蓋低)외과학’ 등을 국내에 뿌리내린 주인공이기도 하다.
아시아태평양 인공 달팽이관 이식학회 회장, 대한이비인후과학회 이사장, 국제이비인후과학회 상임이사 등을 역임했다. 또 2005년 귀 분야 세계 양대 학회 중 하나인 ‘폴리처 국제이과(耳科)학회를 서울에서 개최하는 총책임을 맡고 있다.
그의 장남도 이비인후과 가문의 대를 잇고 있다. 장남 영호씨(35)는 서울 보라매병원에서 이비인후과 환자를 보고 있다.
―국내에 고도난청 환자가 어느 정도 있는가.
“대략 4만명의 환자가 있고 매년 1000명이 새로 생긴다. 문제는 조기진단과 치료다. 인공 달팽이관 수술의 경우 세 돌 이내에 수술 받으면 70%가 학교생활을 따라 가지만 7세 이후에 수술 받으면 이 확률이 30% 미만으로 뚝 떨어진다. 신생아는 퇴원 전 청력검사를 받도록 하고 필요한 경우 6개월 이내에 보청기를 착용케 하고 이것으로 청력이 되돌아오지 않으면 생후 12개월 무렵 인공 달팽이관 이식 수술을 받도록 한다. 만약 아기를 낳은 경우 가족력, 황달, 머리 기형 등의 위험요소가 있든지 아기가 손뼉이나 큰소리에 반응하지 않으면 곧장 병원에서 진단을 받아야 한다.”
―후천적으로 청각을 잃는 경우에는 어떤 것이 있나.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뇌막염이다. 청신경 세포가 있는 달팽이관이 파괴돼 양쪽 청력이 떨어질 수 있다. 뇌막염 환자는 조기 청력검사를 받고 필요한 경우 보청기 또는 달팽이관의 도움을 받도록 한다. 아미노글리코사이드 계열의 근육주사 항생제를 맞을 경우 청각이 상하기도 하므로 주의해야 한다. 또 볼거리, 홍역 등 바이러스 질환 탓으로 생긴 내이염의 후유증으로 난청이 생길 수 있으므로 백신을 맞아 원인질환을 예방토록 한다. 소음탓 난청 환자도 늘고 있으므로 나이트클럽에서 몇 시간씩 있거나 휴대전화로 꽝꽝 울리는 음악을 계속 듣는 것을 피해야 한다.”
―현재 고도난청 환자가 건강보험의 사각지대에 있다는 지적이 있는데….
“그렇다. 인공 달팽이관은 장치 가격만 2300만원 이상인데 보험 혜택이 한 푼도 없다. 이 때문에 치료를 못 받고 청각을 잃는 사람도 적지 않다. 그러나 일찍 수술을 받으면 나중에 장애인이 돼서 쓸 돈의 10분의 1만 써도 된다. 10년 이상 의사들과 환자들이 혜택을 요구하고 있지만 목소리가 허공에서 메아리가 돼 돌아오기만 해 안타깝다.”
―김 교수는 지금까지 만성 중이염 환자 3000여명에게 수술을 했다. 중이염의 종류와 치료에 대해 소개해 달라.
“주로 감기 뒤끝에 오는 급성은 적절한 항생제 치료로 고칠 수 있다. 급성 중이염을 방치해 ‘삼출성’ 중이염으로 악화되면 항생제 치료 또는 고막을 뚫거나 튜브를 장치해 물을 빼내는 시술로 치료해야 한다. 만성으로 악화됐다면 고막이 뚫어지고 귀에서 물이 나오며 통증에 시달린다. 이때에는 주로 고막성형술을 받는데 병변 부위를 제거하고 머리의 근막(筋膜)을 떼어내 고막을 만드는 것이다.”
―동아일보 독자들에게 여름 귀 건강법에 대해 말해 달라.
“물놀이 후에는 귀를 건드리거나 후비지 않도록 한다. 귀에 물이 들어간 듯하면 머리를 한쪽으로 기울이고 앙감질하면 대부분 해결된다. 그래도 낫지 않고 귀에서 물이 나오거나 통증이 있다면 병원으로 가야 한다. 이때 만지면 덧나 치료가 어려워질 수도 있다. 무엇보다 중이염 환자는 수영장에 가는 것을 삼가야 한다.”
이성주기자 stein33@donga.com
▼어떻게 뽑았나▼
귀질환 분야의 베스트 닥터로는 서울대병원 김종선 교수가 선정됐다.
이는 전국 18개 대학병원의 이비인후과 교수 60명에게 △자신의 가족에게 귀질환이 있을 때 진료를 부탁하고 싶고 △최근 3년 동안 진료 및 연구에서 뛰어난 활약을 보인 의사를 5명씩 추천받아 집계한 결과다.
김 교수는 2000년 베스트 닥터의 건강학에 이어 이번에도 1위를 차지했다.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이원상, 서울대병원 장선오, 울산대 서울아산병원 이광선, 아주대병원 박기현 교수 등 어깨동갑 교수들도 많은 추천을 받았다.
2000년 시리즈에서 김 교수와 수위를 다퉜던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김희남 교수는 안이비인후과 병원장으로 재직하며 환자를 상대적으로 덜 봐 순위가 밀린 것으로 분석됐다.
▼귀질환 치료의 명의들▼
▽이원상(52)=미국 UCLA 의대에서 전정계에 대해 연수하고 국내에 이 분야를 소개하고 뿌리내리는 데 기여했다. ‘임상 이신경학 심포지엄’, ‘연세 측두골 해부 연수과정’ 및 ‘두개저 미세수술 연수과정’을 개설, 전문 인력들을 양성했다. 고난도의 외과적 시술이 요구되는 두개저 종양에도 관심을 갖고 있으며 두개저외과의 태동에 일익을 담당했다. 현재 대한두개저외과학회의 상임이사이며 대한평형의학회의 회장을 맡고 있다.
▽장선오(54)=어린이의 급성 및 삼출성 중이염과 선천성 난청 치료의 전문가다. 지난 18년 동안 2000명 이상의 중이염 환자를 시술했고 특히 청력 개선술에서 뛰어난 성적을 올리고 있다. 선천성 외이도 폐색증 분야에서도 세계적인 전문가로 인정받고 있다. 외이 기형 성형술에서도 권위를 인정받고 있으며 함몰된 귀를 새롭게 치료하는 방법을 개발해 시술하고 있다. 현재 대한청각학회와 대한두개저외과학회 회장을 맡고 있다.
▽이광선(53)=미국 하버드대와 매사추세츠 눈귀병원에서 귀 질환에 대해 연구했으며 특히 귀울림 질환의 하나인 메르에니병과 난청을 집중적으로 연구하고 있다. 최근 3년 동안 고도 난청 환자 160명에게 인공달팽이 수술을 시행했다. 국내 이비인후과 전문의로는 처음으로 국제청력학회에서 국제 전문가 자격증을 획득했다. 대한이비인후과학회의 간행이사, 학술이사를 역임했으며 현재 섭외이사를 맡고 있다.
▽박기현(52)=중이염 치료의 권위자로 지난 20년 동안 5000명 이상의 중이염 환자를 수술했다. 연세대 교수 시절부터 전국적으로 명성을 떨쳤으며 94년 아주대로 옮기자 전국의 환자들이 수원으로 몰려들었다. 만성 중이염 중 합병증이 많이 생기는 ‘진주종성 중이염’의 수술이 전문이다. 최근에는 20년 동안의 임상 및 연구 결과를 집대성해 ‘Middle Ear Dease’(중이 질환)라는 영문 교과서를 발간했다.
▽김희남(59)=국내 이과학 기초연구 발전에 견인차 역할을 했다. 1988년 인공 와우(달팽이관) 이식술을 시작한 1세대. 90년에는 야스트로보프 박사가 개발한 새 이명치료법인 ‘이명 재훈련 치료법’에 대한 워크숍을 개최하는 등 귀울림 분야 최고 전문가로도 알려져 있다. 세계이비인후과 기초학자회 정회원, 미국 이비인후과 기초연구회 정회원으로 있으며 대한이비인후과학회 이사장, 세브란스병원 안이비인후과병원 원장 등을 맡고 있다.
▽이상흔(55)=난청 및 인공 와우 클리닉을 운영하면서 외이도 기형, 귀울림, 감각신경성 난청 치료와 인공 달팽이관 이식 등에 몰두하고 있다. 2002년 보건복지부로부터 첨단감각기능 회복장치 연구센터의 연구자로 지정돼 귀울림 차폐기 및 이식형 인공 중이를 개발하고 있다. 미국 아이오와대 연구원, 일본 교토대 교환교수, 대한청각학회 회장 등을 지냈고 현재 대한이비인후과학회 회장을 맡고 있다.
▽홍성화(45)=늘 환한 낯빛으로 시원시원하게 환자를 본다. 보청기를 이용한 난청 관리, 어린이 고도난청 환자의 인공달팽이관 이식술에 뛰어난 솜씨를 보여주고 있다. 진료과 내에 개설한 ‘이과계 연구실’에서 유전성 난청, 약물에 의한 달팽이관의 손상, 인공 달팽이관 이식에 따른 청신경의 생존 과정 등에 대해 활발히 연구하고 있다. 미국 아이오와대와 네덜란드 유트레흐트대 등에서 실력을 연마한 ‘차세대 리더’.
▽김리석(50)=1993년부터 200여명에게 인공 달팽이관을 이식했으며 수술 받은 환자와 보호자의 모임인 ‘동아 와우회’를 운영하고 있다. 84년 대한이비인후과학회의 학술상을 받았으며 전기자극에 대한 청각반응과 관련한 많은 논문을 발표하고 있다. 청각학회 학술이사를 고 국제청각유발반응학회 이사, 한국유발반응연구회 총무 등을 맡고 있지냈다. 신생아 청각검사의 중요성을 알리는 데 앞장서고 있다.
▽이정구(62)=어지럼증 치료의 국내 최고 대가. 미국 클리블랜드 클리닉에서 전공의를 마치고 미국 대학병원에서 교수생활을 했다. 1991년 국내 최초로 어지럼증을 본격 치료, 지금까지 5000여명의 환자를 봤다. 어지럼증의 재활운동 치료요법도 국내에 소개했다. 올해 5월에는 미국 이비인후과의 최우수 연구논문상을 받았다. 레이저 시술의 대가이기도 하다. 대한평형의학회 회장을 역임했고 현재 대한광역학학회 회장을 맡고 있다.
▽박철원(50)=환자들에게 친절하고 따뜻한 진료로 유명하다. 25년 이상 중이염을 치료해 왔고 특히 만성 중이염과 진주종성 중이염 치료에서 뛰어난 성적을 보이고 있다. 이 분야의 분자생물학적 연구에도 매진하고 있으며 대한이비인후과학회 석당학술상, 한양대 우수연구 교수상 등을 받았다. 보건복지부 장애판정위원,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심사위원, 국민연금관리공단 자문위원 등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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