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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커룸 엿보기]경기장 응급장비는 수건-널빤지

입력 | 2003-07-13 18:34:00


‘구급요원은 자리를 비우고, 들 것은 어디 있는지 모르고….’

13일 춘천호반체육관에서 벌어진 2003여자프로농구 여름리그 우리은행-금호생명전. 3쿼터 중반 금호생명 강현미가 상대팀 선수와 뒤엉켜 쓰러졌다. 강현미가 한참이 지나도 일어나지 못하자 그를 진단한 보건소 관계자는 목뼈를 다쳤다며 병원으로 옮겨야 한다고 했다.

정작 문제는 그 다음에 벌어졌다. 들것이 없었던 것. 체육관 밖에 구급차는 대기하고 있었지만 문이 잠겨 있었고 구급요원도 찾을 수 없었다. 당황한 한국여자농구연맹(WKBL)측은 수건으로 목을 고정시킨 채 옮기려다 여의치 않자 널빤지를 동원하기도 했다.

한참 뒤 구급요원이 바퀴가 달린 환자 운반용 들것을 가져왔지만 촌극은 계속됐다. 바퀴가 접히지 않아 환자를 구급차에 실었다가 다시 내리기를 반복한 것. 보다 못한 관중들이 “119를 부르라”고 소리쳤고 강현미는 잠시 후 출동한 119 구조대원들에 의해 인근 성심병원으로 옮겨졌다.

연맹관계자는 “돌발사고에 대비해 인근 보건소 구급요원을 대기시켰다. 그러나 이들이 자리를 비워 찾느라고 시간이 지연됐다”고 말했다. 구급차를 불러놓기는 했지만 막상 구급요원들의 교육은 게을리 한 것. 연맹의 안전불감증을 드러낸 대목이다.

춘천=이원홍기자 blues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