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가 어려워지고 있다는 안팎의 우려가 적지 않다. 심지어 위기론마저 대두되는 상황이다. 정부는 모든 정책수단을 동원해 경기침체를 막겠다고 한다. 그러나 정부가 우리 경제를 어떤 방향으로, 어떻게 끌고 갈 것인지를 분명히 하지 않는 한, 경기부양책만으로 경제의 활력을 되찾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참여정부는 투명하고 세계화된 경제, 나아가서 동북아의 중심을 건설하겠다는 비전을 제시하고 있다.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정부가 선택할 수 있는 경제정책의 틀과 운영방향은 분명해진다. 노무현 대통령 자신이 여러 기회를 통해 밝힌 바와 같이, 그것은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원리를 충실히 따르는 것이다. 시장의 질서를 투명하고 공정하게 하며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도록 잡아 나가야 한다. 누구나 기업하기 좋은, 자유롭고 개방된 경제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특정계층 편향, 정책 혼선 불러 ▼
그러나 실상은 어떠한가. 참여정부가 무어라 항변하든, 정부의 경제정책은 반(反)기업, 친(親)노조적 노동정책, 그리고 분배의 형평에 편향되면서 대중적 인기에 영합하는 성향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 중론으로 돼 있다.
다시 말해, 참여정부의 경제정책은 국민에 대한 약속과는 다른 방향으로 운영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괴리가 바로 정책 혼선, 일관성 결여로 나타나 장래에 대한 불안감을 증폭시키고 있다.
그러면 참여정부는 왜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지 못하는가. 집권세력이 기존의 지지 세력을 규합해 총선과 정국을 주도하려는 강한 집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만일 보수 세력과 타협할 의사가 없다면 참여정부는 지난 대선에서 노 대통령을 지지했던 노동계, 도시 근로자와 영세민, 농어민, 햇볕정책을 지지하는 진보세력과 젊은 계층, 그리고 호남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총선에서 이기려면 가능한 한 이들의 요구를 들어주어야 한다.
문제는 이처럼 다양한 계층과 부문, 지역의 요구를 충족시켜 줄 수 있는 일관된 정책이 있을 리 만무하다는 점이다.
어느 집단이나 사회단체이건 그들이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한 정부는 그들의 요구를 무시할 수 없으며, 자연히 정부의 정책은 혼선을 빚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총선운동은 이미 시작된 것이라고 할수 있다.
만일 기존의 지지 세력을 주축으로 한 총선 전략이 성공하지 못한다면 참여정부의 정책적 운신의 폭은 크게 축소될 것이다. 즉, 야당과의 정책적 타협이 어려워지면서 ‘동북아 중심 건설’의 전략이 벽에 부닥치게 되면 참여정부는 대중적 인기에 영합해 지지 세력을 넓혀 가려 할 우려마저 있다.
그렇다면 반대의 경우를 생각해보자. 집권세력이 단독 혹은 연정을 통해 국회의 과반수 의석을 확보한다면, 참여정부는 국가 개조의 기본전략을 강력히 추진할 수 있을 것인가. 그렇게 보이지는 않는다. 왜냐하면 다수당이 된다 하더라도 참여정부의 정치적 지지기반의 이질성, 다양성이 변하지 않기 때문이다.
참여정부는 지지 세력의 지분과 정치적 경제적 우선순위를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결국 지지 세력들간의 상충되는 이해를 조정하다 보면 정부의 경제정책은 중심을 찾기 어려워질 것이다. 아울러 기존 지지 세력을 확대해 정치적 안정 세력을 구축하려는 전략은 정책혼선에 대한 불안을 쉽사리 불식시키지 못할 것이다.
기업은 이러한 불안의 가능성을 읽고 있기 때문에 투자를 주저하거나 연기하고 있는 것이다. 총선에서 누가 이기든 참여정부의 정책적 불확실성은 그대로 남는다는 데 문제가 있다.
▼總選집념 벗고 일관성 유지해야 ▼
결론은 자명하다. 경제를 되살리려면 참여정부는 지금부터라도 시장의 원리에 충실하며 국제사회의 규범과 질서에 부응하는, 세계화된 경제를 건설하려는 의지와 노력을 보여야 한다.
이러한 노력이 결실을 보아 정부에 대한 신뢰가 쌓이면 내년 총선에서 보수진영을 포함한 여러 부문과 계층의 폭넓은 지원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자연히 참여정부의 정치적 기반이 확대되어 개혁을 무리 없이 추진할 수 있는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을 것이다.
박영철 고려대교수·경제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