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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뒤흔든 한 여자거지의 죽음…구걸하다 맞고 버려져

입력 | 2003-07-13 19:03:00


중국에서 3월 신분증을 소지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한 청년이 강제수용소로 끌려가 구타로 사망한 데 이어, 5월 한 여자 거지가 사회에 만연된 인명경시 풍조로 비참하게 숨진 소식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중국 지도부는 물론 온 국민이 충격과 분노에 휩싸여 있다.

거지인 리원란(李文蘭·42)은 5월 6일 저녁 산시(陝西)성 한중(漢中)시 청구(城固)현 얼리(二里)진의 한 식당에서 음식을 구걸했으나, 생일파티를 즐기던 중학생 3명(15)은 “흥을 깨뜨렸다”고 욕설을 퍼부으며 발로 마구 차고 때렸다.

리씨는 7일 오전 5시반 병원 앞에서 신음과 함께 피를 흘리며 치료를 요청했지만 당직 의사는 돈이 없는 것을 알고 쫓아버렸고 파출소의 경찰마저 그를 외면했다. 마지막으로 얼리진 당서기 집을 찾아가 도움을 호소했으나 집에 돌아가라는 매몰찬 대답만 들었다. 얼리진 당서기는 다음날 그가 자기 집 부근에 쓰러져 있는 것을 보고 파출소에 전화를 걸어 다른 곳으로 끌고 가라고 지시했다. 그는 경찰차에 태워져 한적한 교외 지역에 버려졌으며 마을 주민들에게 발견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10일 숨졌다.

관영 신화통신은 10일 중앙 지도부가 리원란 사건에 경악하고 있다는 제목으로 사건의 전모와 함께 당국의 처벌 내용을 보도했다. 그를 버린 파출소 운전사와 중학생 3명이 인민검찰원에 기소됐고 치료를 거부한 의사는 해고됐다. 그러나 청구현 공안국 부국장과 얼리진 파출소장, 얼리진 당서기 등 당 간부들은 경고에 그쳐 여론의 비난을 사고 있다.

앞서 3월 17일 밤 광둥(廣東)성 광저우(廣州)에서는 PC방을 가던 후베이(湖北)성 우한(武漢) 출신의 의상 디자이너 쑨즈강(孫志剛·27)이 임시 거주증을 소지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경찰의 불심 검문에 걸려 강제수용소로 끌려간 뒤 수용소 직원들의 구타로 숨졌다.

중국 당국은 지난달 주거부정자의 강제수용을 금지하는 ‘유랑자 보호법’을 새로 만들고 경찰의 마구잡이 검문을 엄격히 제한하는 ‘주민신분증법’을 제정하는 등 인권보호 장치를 잇달아 마련하고 있다.

하지만 20여년의 개혁 개방으로 사회 전반에 황금만능주의가 팽배하면서 유사사건이 언제든 재발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베이징=황유성특파원 yshw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