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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리뷰]'청풍명월'…우정 가르는 '칼의 세월'

입력 | 2003-07-14 18:23:00

최민수(왼쪽) 조재현의 ‘카리스마’ 대결을 부각시킨 영화 ‘청풍명월’. 사진제공 이손필름


인조반정(1623년)이 일어난지 5년. 반정의 공신들이 차례로 살해된다. 조정에서는 반정 이후 호위청 제일의 무장이 된 규엽(조재현)에게 이 사건을 맡긴다. 단서를 찾던 규엽은 자객의 칼에 ‘청풍명월(淸風明月)’이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었다는 목격자의 증언을 듣는다.

때는 5년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조선시대 엘리트 무관 양성소 ‘청풍명월’의 규엽과 지환(최민수)은 생사를 함께 하자는 우정의 맹세를 나눈다. 수련을 마치고 규엽은 국경수비대로, 지환은 궁궐 수비대로 배치된다. 반정이 일어나고 규엽은 부하들의 목숨을 담보로 가담을 강요하는 반정군에 굴복해 궁궐 습격에 앞장선다. 비명과 주검이 낭자한 아수라장 속에서 규엽은 지환의 가슴에 칼을 꽂고 만다.

인조반정을 배경으로 한 픽션 ‘청풍명월’은 장쾌한 영상미가 돋보인다. 경기 남한산성과 광주 무등산, 경북 청송을 돌며 한국의 빼어난 산수를 담았다. 바닷가에서 지환이 말달리는 모습을 원경으로 처리한 장면이나 지환의 거처에서 내려다보는 산풍경은 장관이다.

철저한 고증으로 의상과 가옥, 저자거리를 표현해 당시 시대분위기를 재현했다. 특히 ‘한강주교 어가행렬’은 각각 2000만원의 제작비를 들인 배 38척을 포함해 모두 10억원을 들여 대미를 장식했다. 순제작비 75억원이 들었으며 700벌의 갑옷, 44개의 진검, 550개의 목검, 100여개의 활을 제작했다.

그러나 스토리 구조나 배우들의 연기 등이 전반적으로 자연스럽지 못한 게 흠이다. 감독은 ‘사나이들의 우정’이라는 상투적 소재에 세련미를 더하는데 성공하지 못했다. 피의 역사를 치밀한 스토리로 엮기보다, 팔과 몸통이 떨어져 나가는 유혈이 낭자한 장면을 과도하게 사용해 ‘볼거리’에만 치중했다. 시종 ‘무게잡는’ 조재현과 최민수가 영화속에 올올이 배어들지 못한 점도 아쉽다.

결국 ‘인조반정’이라는 극적인 역사를 배경으로 했음에도 불구하고 두 개인의 삶이 역사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왜곡되는 이면에는 조금도 다가서지 못했다. 영화 마지막, 어처구니 없는 반전도 관객들을 허탈케한다.

‘결혼이야기’ ‘총잡이’ ‘북경반점’을 만든 김의석 감독 작품. 15세 이상 관람가. 16일 개봉.

김수경기자 sk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