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황대권의 ‘야생초 편지’에 ‘묵내뢰(默內雷)’라는 문구가 있다. 겉으론 조용하나 안에선 천둥이 치고 있다는 의미.
EBS 교육문화뉴스를 진행하는 성문규씨(29)는 이 문구가 시끌벅적한 세상사를 스튜디오 안에서 차분하게 전달해야 하는 앵커의 숙명에 딱 어울리는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일요일인 13일 오후 성씨와 그의 부인 송경선씨(29)가 자주 들른다는 서울 종로구 평창동 화랑가를 함께 찾았다.
EBS 뉴스앵커 성문규씨와 부인 송경선씨가 13일 서울 종로구 평창동 토탈미술관에서 전시 작품을 보며 얘기를 나누고 있다. -전영한기자
언뜻 보아도 예술적 감각이 돋보이는 건물들이 북한산 자락 끝에 고즈넉한 자태로 앉아 있다. 이응로 미술관, 가나아트센터, 서울옥션….
성씨는 케이블TV에서 문화예술뉴스를 진행할 때부터 이곳을 자주 찾았지만 막상 친근감을 느끼게 된 건 미술을 전공한 아내 덕분이었다.
“미술관도 ‘묵내뢰’란 말이 잘 어울리는 곳입니다. 무슨 거창한 이론적 지식이 없더라도 조용한 전시실에서 작품과 마주하면 넘치는 생명력은 천둥소리 그 이상입니다.”
성씨 부부와 만난 ‘토탈미술관’은 성씨가 이곳에서 가장 좋아하는 장소. 알차게 자리 잡은 미술품을 보는 즐거움도 만만치 않지만 녹음 짙은 정원을 내려 보며 2층 카페에서 마시는 차 한 잔은 내치기 어려운 유혹이다.
“말이 많아야 하는 직업 탓인지 말을 아낄 수 있는 이런 시간이 참 소중합니다. 아내가 조곤조곤 옆에서 일러주는 얘기를 듣는 것도 즐겁고요.”
국방뉴스의 진행자이기도 한 성씨에게 최근에 생긴 에피소드 하나. 예비군훈련 때 틀어준 국방뉴스에 자신이 나오는 걸 사람들과 함께 보자니 얼굴이 붉어져 혼났다는 것. 이후 자신을 알아보고는 사단장 대하듯 하는 부대원들 때문에 더욱 고역이었다고 한다.
평창동에 오면 성씨 부부는 음식점 ‘인마이메모리’도 거르지 않고 들른다.
한 소설의 배경이 되기도 한 이곳은 외국 엽서에나 나올 법한 이국적인 정원이 특히 매력적이다. 나이 지긋한 웨이터가 서빙해주는 음식들도 정갈해 데이트 코스 때문에 연인들이 다투는 일은 없을 거라고 부인 송씨는 귀띔했다.
“자연스러우면서도 작은 것에도 정성을 다하는 방송을 진행하는, 그런 아나운서가 되는 게 제 바람입니다.”
정양환기자 r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