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행정부는 북한에 대한 압력의 일환으로 탈북자를 난민으로 인정, 수천명 규모의 탈북자를 받아들이는 방안을 검토중이라고 워싱턴포스트가 행정부 관리들의 말을 인용해 16일 보도했다.
1년 동안 받아들일 탈북자 규모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으나 일부에서는 입국 허용 규모를 최대 30만명으로 하자고 주장하고 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그러나 그럴 경우 중국과의 관계가 손상될 수 있다는 우려에 따라 첫해의 수용 규모는 3000명 이내로 제한하자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고 이 신문은 보도했다.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고위급 외교안보 관리들은 17일 백악관에서 북한 핵 문제 대책을 논의할 예정인데 여기서 탈북자 대규모 수용 여부도 논의된다.
그러나 일부 관리들은 중국이 북핵 문제를 푸는데 있어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는 상황에서 탈북자를 받아들이기로 하면 중국을 미국 편에 묶어두는데 어려움이 커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한 관리는 "미국이 탈북자들을 받아들이기로 결정하면 탈북 시도가 늘어날 것이며 이는 중국을 격노케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일부 관리들은 9·11테러 이후 강화된 보안 규정으로 인해 대규모 난민 수용이 어려워졌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워싱턴포스트는 북한이 테러국가 목록에 올라 있는데다 북한 정부 요원들이 탈북자로 위장해 미국에 들어올 가능성에 대한 우려 때문에 탈북자들은 미국 입국시 특별히 엄격한 검색 절차를 거치게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앞서 미국 상원은 9일 난민 신청을 심사할 때 탈북자를 한국 국민으로 간주하지 않는 내용의 법안을 통과시켰다. 한국 법률은 탈북자에게 한국 국적을 자동으로 부여하는데 이 때문에 탈북자들은 미국에 난민지위 신청을 할 수 없었다.
이기홍기자 sechep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