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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새만금 ‘제3의 길’ 찾자

입력 | 2003-07-16 18:37:00


서울행정법원이 새만금사업 집행중지 결정을 내리자 김영진 농림부 장관이 항의의 표시로 사표를 내는가 하면 새만금을 지역 최대 숙원사업으로 생각하는 전북도민의 반발도 만만치 않다. 13년 동안 진행되며 수많은 검토와 논의를 거친 사업이고 이전의 헌법재판소 및 서울고법의 판결과도 엇갈린 결정이 나온 데 대해 여러 관점이 있을 수 있으나 상대를 인정하지 않는 감정 차원의 대결로 나가서는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런 뜻에서 농림부와 농업기반공사 일부 직원들이 사법부의 권능을 무시하는 내용의 성명서를 채택한 것은 도를 넘었다고 본다. 행정법원의 결정은 본안 판결에 앞선 가처분의 성격을 지니고 있는 것이므로 한 차례 숨을 고르고 새만금이 친환경적인 ‘제3의 길’을 찾는 기회로 삼아야 할 것이다.

새만금은 본래 쌀농사를 지을 목적으로 사업이 시작됐으나 쌀시장 개방에 따라 대규모 농지의 필요성이 사라졌고 우리 사회에서 환경을 중시하는 의식이 높아지면서 논란이 커졌다. 지금 이 공사를 시작한다면 모두 나서 말려야 옳지만 1조5000억원을 투입해 폭 300m 방조제(33km)를 2.7km만 남겨두고 완성한 상태에서 사업을 그만두라고 하기는 어렵게 됐다. 방조제를 철거하자면 건설비용의 7배가 들고 그대로 방치하면 또 다른 환경 재앙이 되기 때문에 친환경적 개발로 방향을 틀어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재판부가 지적한 대로 동진강 만경강에서 유입되는 생활하수와 축산폐수로 인해 담수호의 수질이 악화돼 농업용수 공급이 불가능한 사태가 올 수 있다. 그러나 새만금을 농업용지로 사용하지 않는다면 이런 걱정은 필요 없게 된다.

노무현 대통령은 “새만금 신구상 기획단에서 농지보다 더 생산성 있는 용도를 찾아내 환경피해를 최소화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 기구에 환경단체 대표들도 고루 참여시켜 친환경적이고 현실적인 타협안을 도출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는 보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