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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장재연/새만금 '합리적 대안' 찾아야

입력 | 2003-07-17 18:33:00


서울행정법원이 최근 새만금 방조제 공사를 잠정 중단하라는 결정을 내렸다. 새만금 사업으로 조성될 담수호는 심각한 수질 오염이 예상돼 애초의 사업목적이 달성되기 어렵다는 것이다. 비록 최종 결정은 아니라 하더라도 그 의미는 실로 크다. 판결문을 보면 이번 재판과정에서 새로 확인된 내용은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갯벌 생태계의 가치, 새로 만들어질 담수호의 수질오염, 간척사업의 경제적 타당성 결여, 지역 어민들의 생활고 등 많은 문제점은 민관합동조사나 여러 차례의 공개토론회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확인된 것이다. 이런 문제제기가 정부와 사업주체에 의해 묵살되어 오다가 이번에 법원이라는 제3의 심판자에 의해 그 타당성을 인정받은 것은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 시위-장관사퇴 문제초점 흐릴뿐 ▼

사회문제를 모두 법으로 해결하려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그렇지만 현실적으로 타당한 주장을 무시하면 결국에는 어떤 형태로든 제동이 걸리기 마련이다. 이번 결정은 길고 긴 새로운 논쟁의 시작을 알리는 것이다. 당장 가처분 결정에 대한 항고, 본안 결정, 항소 등 법률적 다툼이 있을 것이다. 그 과정에서 한편이 일방적으로 승리하기는 어려울 것이고, 사업의 중단과 재개가 반복되는 최악의 시나리오도 예상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법적 분쟁이 복잡해지기 전에 합리적으로 사회적 합의를 만들어 내는 것이 훨씬 바람직하다. 대화와 타협은 최선이 어렵다 하더라도 최악을 막기 위한 것이 아닌가.

새만금 사업을 전북 지역 발전의 마지막 기회로 생각하는 주민들이 상당수 있는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일부 도민이 이번 법원의 결정에 반발하는 정서는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잘 알려진 것처럼 새만금 사업은 출발부터 합리적이고 경제적인 사업이 아니었다. 수도권 집중과 국토 불균형 발전에 의해 소외된 지역에 대한 국가적 보상의 의미가 담긴 정치적 사업이었다. 그렇지만 이 사업으로 인한 갯벌 생태계의 파괴와 새로 만들어질 담수호의 수질 악화 등 국가나 지역사회가 져야 할 부담이 도저히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기 때문에 계속 문제가 되는 것이다. 전북도민들의 답답한 심정을 이해하지 못할 바는 아니지만 새만금 사업에 대한 문제 제기를 일부 환경단체의 선동이나 지역차별로 생각하는 것은 지나친 감이 있다. 더구나 김영진 농림부 장관이 법원의 결정에 항의하면서 사표를 제출한 것은 매우 경솔한 행동이다. 장관의 이런 행동은 합리적 대안을 찾는 데 방해가 될 뿐이다. 장관까지 이래서야 정부가 국민에게 법을 지키라고 할 수 있을까.

전북도민들은 지금까지의 사회적 논란에 비해 법률적 다툼이 더 감당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깨닫고 냉정함을 찾아야 한다. 법률적 판단에는 정치적 배려가 있기 어렵기 때문이다. 집단적 힘으로 법원의 결정에 영향력을 미치려는 시도는 더 곤란하다. 이제는 막연한 기대와 무리한 강행보다는 전북의 진정한 발전을 위한 대안 마련에 더 적극적으로 나설 때가 되었다. 환경단체도 전북도민들의 고민을 진지하게 이해하고 대안 마련에 적극 협조하고 노력해야 한다.

▼ 생태보존-지역발전 합의점 모색을 ▼

새만금 문제는 이미 한 지역의 환경사안을 벗어나 있다. 비합리적 대형 국책사업의 환경파괴 문제, 국가 균형발전 문제, 사회 갈등의 합리적 해결이 가능한지를 보여주는 시금석이다. 현재 민주당이 주도한 ‘새만금 사업특위’는 구성 절차와 구성원에서 새만금 사업의 비합리성을 주장해 온 반대측을 적극 배제하는 등 사회적 합의를 도출할 전제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태로는 올바른 결론이 나오기도 어렵고, 설혹 어떤 결론이 나온다고 해도 사회적 동의를 얻을 수 없다. 노무현 대통령이 지시한 ‘새만금 신구상 기획단’은 새롭게 구성되어야 한다. 이 기구를 통해 지역발전의 기회가 사라질지 모른다는 전북도민들의 불안감을 해소할 방안을 만들어야 한다. 국책사업에 의해 오히려 생태계 파괴와 지역발전의 걸림돌을 자초하는 우를 범하지 않아야 할 것이다. 합리적 대안 마련을 위해 지혜를 모아야 한다.

장재연 아주대 교수·예방의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