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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리뷰]'터미네이터 3'…"심판의 날은 연기됐을 뿐"

입력 | 2003-07-17 18:55:00

전편에 비해 액션의 규모가 한층 더 커지고 더 강력해진 ‘터미네이터 3’. 사진제공 영화인


터미네이터가 돌아왔다.

영화 ‘터미네이터’ 시리즈와 떼려야 뗄 수 없는 배우 아널드 슈워제네거는 올해 56세가 됐고 1, 2편을 직접 쓰고 연출한 제임스 캐머런 감독은 12년에 걸친 영화화 판권 분쟁 끝에 떨어져 나갔지만, 어쨌든 터미네이터가 돌아왔다.

‘터미네이터 3(Terminator 3: Rise of the Machines)’의 새 감독은 ‘U-571’을 만든 조나단 모스토우. 액션과 함께 휴먼 드라마적 요소를 살렸던 캐머런 감독과 달리 모스토우 감독은 제작비 1억9000만 달러를 들인 3편에서 대규모의 강력한 액션에 집중했다.

미래 인류 저항군의 지도자 존 코너(닉 스탈)는 엄마인 사라 코너가 죽고 청년으로 성장한 뒤 미래의 지배자인 기계들의 네트워크 ‘스카이넷’의 추적을 피해 숨어 산다.

그러나 ‘스카이넷’은 3편에서도 존 코너에 대한 암살 시도를 멈추지 않고 새로운 암살 로봇을 파견한다. 업그레이드된 최첨단 암살 로봇은 주변 기계를 조종하는 능력을 갖춘 여성 로봇 T-X (크리스타나 로켄). T-X에 맞서 존 코너를 보호하기 위한 구형 터미네이터(아널드 슈워제네거)도 미래로부터 파견된다. 터미네이터는 존 코너와 그의 아내가 될 케이트 (클레어 데인즈)를 보호하기 위해 결전을 치른다.

2편의 마지막에서 존 코너와 터미네이터는 인류가 멸망하는 심판의 날을 막았지만, 3편에서 터미네이터는 “심판의 날은 연기됐을 뿐”이라고 말한다. 기계가 지배하는 미래와 운명은 이미 결정됐으며 중요한 것은 그에 맞서 싸우는 인간의 선택이라는 주제는 ‘매트릭스 2’와도 비슷하다. 그러나 ‘매트릭스 2’의 액션이 최첨단인데 비해 ‘터미네이터 3’의 액션은 전통적이고 육중하다.

400m 길이의 4차선 도로를 실제로 지은 뒤 대형 크레인 차로 질주하면서 주변 건물을 모두 부수는 초반 추격전, T-X와 터미네이터가 화장실에서 난투극을 벌이는 액션 장면의 시각적 효과는 강력하다.

1, 2편의 사라 코너처럼 T-X와 케이트가 대변하는 강한 여성상, 무표정한 기계였다가 점차 인간을 이해해가는 터미네이터, 미래에 대한 암울한 묵시록적 전망 등 ‘터미네이터’ 시리즈의 주요 상징과 설정은 3편에서도 여전하다.

하지만 잘 알려진 테마가 되풀이되어서인가. 2편에서 자신을 희생하는 터미네이터의 마지막 모습은 감동적이었지만, 3편에서는 ‘제 할일을 하는구나’ 정도로 담담하다. 1, 2편에서 막으려 했던 위기가 3편에서 마침내 도래했다. 그런데도 3편은 어마어마한 액션에 대한 놀라움만 남긴다. 15세 이상 관람가. 25일 개봉.김희경기자 susan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