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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리뷰]'마이리틀아이'…인터넷으로 네 공포를 훔쳐본다

입력 | 2003-07-17 18:55:00

인간의 왜곡된 관음증과 그로 인해 파생된 폭력을 그린 영화 ‘마이 리틀 아이’. 사진제공 UIP코리아


영화 ‘마이 리틀 아이’(My Little Eye)는 미국 CBS TV에서 방영된 프로그램 ‘빅 브러더’ 를 모티브로, 타인의 고통을 훔쳐보려는 인간의 관음증이 인터넷으로 확산되는 과정을 그렸다.

카메라가 설치된 외딴 집에서 일상을 녹화해 전국에 방송하는 인터넷 행사가 열린다. 이에 참가한 맷(숀 CW 존슨), 엠마(로라 리건), 찰리(제니퍼 스카이), 대니(스티븐 오라일리), 렉스(크리스 렘키)는 6개월을 버티면 100만 달러를 받을 수 있다. 한 명이라도 이탈하면 상금은 없다. 끈질기게 버티던 이들은 집 주변에서 이상한 일들이 벌어지자 공포에 휩싸인다.

핸드헬드(들고 찍기)로 찍은 어지러운 영상과 적외선 안경을 쓰고 보는 듯한 초록색 영상은 인간의 비뚤어진 욕망과 그로 인한 혼돈을 잘 묘사했다. 제작진은 촬영장의 온도를 영하 18도로 유지해 입에서 입김이 나오게 할만큼 음산한 분위기 연출에 공을 들였다.

마크 에반스 감독은 “중독성 강하지만 끔찍하기도 한 리얼리티 쇼를 향한 애정과 비판을 담았다”고 연출의 변을 밝혔다. 그러나 이 영화는 등장 인물의 내면적 고통을 조명하기보다 잔인한 영상 연출에 치중해 감독의 그런 진지함이 전해지지 않는다. 감독도 TV 리얼리티 프로그램의 선정성을 이용하는 자가당착에 빠진 것이다. 지지부진한 스토리가 후반에 가서야 몰리는 점도 아쉽다. 25일 개봉. 18세 이상 관람가.

김수경기자 sk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