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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황장엽 訪美허용 안팎]“黃 뭐라하든 이젠 부담없다”

입력 | 2003-07-18 18:52:00


국가정보원이 황장엽(黃長燁·81) 전 북한 조선노동당 비서에 대해 “특별보호 대상에서 제외하고, 미국 방문에 반대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결정한 것은 ‘황장엽의 입’에 대한 부담감을 더 이상 갖지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97년 4월 망명한 황씨는 김대중(金大中) 정부가 출범한 이후 ‘햇볕정책’을 둘러싸고 당국과 사사건건 부딪쳐 왔다. 그는 “대북 압박을 통해 김정일(金正日) 정권의 붕괴를 유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내가 경험한 북한, 북한 지도부는 이렇다”는 그의 경험담이 주목받으면서 당국으로선 부담을 느껴왔다.

황씨의 미국방문은 2001년부터 적극 추진됐다. 대북 강경노선을 내세운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들어선 시점과 일치하는 시기다. 따라서 북한의 핵개발 상황, 인권문제 등 그가 미 의회에서 풀어놓을 X파일은 미국의 한반도 정책에 영향을 미칠 만한 변수로 평가됐다.

황씨는 그동안 “당국이 생각을 밝힐 기회를 주지 않고 미국 방문도 가로막는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황씨는 한국체류 6년 동안 국내외 인사 600여명 면담, 언론 인터뷰 40여회, 외부강연 300여회 등을 했고 휴대전화를 사용하는 데도 제약을 받지 않았다고 국정원은 반박했다.

당국의 ‘황장엽 놓아주기’ 결정에는 최근 황씨의 행보가 과거처럼 주목을 끌지 못하는 점도 고려됐다는 후문이다. 정부 관계자는 “정부의 대북-대미 정책의 원칙이 분명한 상황에서 황씨의 발언에 예전과 같은 무게가 실리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일반 탈북자’가 된 황씨는 9월 말∼10월 초 방미를 추진하고 있다. 미국 정보당국은 그에게 △대북 경제봉쇄의 효과 △국지적 폭격의 실효성 △김정일 체제 이후의 상황 등을 물을 것으로 알려졌다. 황씨의 측근은 기자에게 “올 5월 미국에서 예상 질문에 대한 조율을 마쳤다”고 말했다.

그의 방미 효과에 대해선 두 시각이 존재한다. 미국 강경파의 입지만 강화시킨다는 상황 악화론과 황씨가 최근 들어 북한체제의 급격한 붕괴보다는 점진적 체제변화를 언급했다는 점에서 강경책을 보완할 수 있다는 상황 개선론이 그것이다.

황장엽 전 조선노동당 비서의 방미 신청 일지1997년 4월황장엽씨, 망명 후 한국 입국.2001년 3월국가정보원, 황씨가 미 상원 외교위원장에게 ‘방미 희망’ 편지 보냈다는 보도 나오자, 보도자료에서 “황씨의 방미는 한미 정부의 협의가 필요하다”고 설명.2001년 7월미국 디펜스포럼 재단, “미 의회의 초청을 수락한다”는 황씨의 편지를 공개. 국가안전보장회의, “황씨의 신분상 특수성 때문에 양국 정부차원의 준비가 필요하다”고 입장 정리. 북한 외무성, “황씨 방미는 미-북 관 계를 악화시킨다”고 회견. 황씨, “방미는 다른 일반 국민과 똑같은 헌법상의 자유다”고 성명 발표.2001년 9월미 디펜스포럼, “황장엽씨 재초청한다”고 발표.2002년 1월황씨, “(북한의 핵 화학무기와 같은) 상식적인 질문만 한다면 미국에 갈 필요가 없다”고 언론 인터뷰에서 밝힘.2003년 1월김영삼 전 대통령, “황씨 방미를 당국이 계속 막고 있다”고 주장.2003년 1월황씨, 미국 상·하 의원 4명에게 친필 서신을 보내 “방미를 도와달라”고 요청.2003년 7월국가정보원, “황씨에 대한 특별관리 풀고, 경찰의 일반관리는 계속. 방미문제는 스스로 결정할 일. 미국이 초청하면 허용하겠다”고 발표.

김승련기자 srkim@donga.com